"거기서(북한) 치과의사가 어디 대접 받습니까." 중국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했다가 필리핀을 거쳐 18일 한국에 온 함경북도무산출신의 탈북 치과의사 유동혁(45)씨는 남한의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한에서는 인기직종인 치과의사가 북한에서는 `별 볼일 없는 직업'임을 알 수있게 하는 대목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직종에 관한 선호도는 북한과 남한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남한에서는 교수, 의사, 검ㆍ판사 및 변호사, 기자, 과학자 등이 인기 직업군에들지만 북한에서는 중ㆍ서민층에서나 선호하는 평범한 직업일 뿐이다. 이들 직업이 북한 상류사회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은 권력과 거리가 먼데다 생활난을 해소하는데 별로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탈북자는 "역대 고위간부들 가운데 아들을 의사, 검ㆍ판사 및 변호사, 기자,과학자 등으로 키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들 직업에 종사하는 상류층 자녀는딸들에 국한돼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고소득 직업인 의사가 인기직종이지만 무상치료제가 실시되는 북한에서는 `고만고만한' 직업에 불과하다. 또 철저하게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검ㆍ판사나 변호사 역시 서민층에나 `무섭고 두려운 존재'일 뿐 권력층에는 인기가 없다. 특히 대학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인기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북한에 경제난이심화되면서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추락,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하고 가난한 직업"의대명사로 전락했다. 한 탈북자는 "남한에서는 대학교수가 선망의 대상이지만 북한 상류층에서는 정반대다"며 "텃세가 세기로 유명한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에도 최근 외화바람이 불면서 실력있는 교수들이 대외분야로 대거 빠져나간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북한당국의 정보산업화와 과학자 우대정책에 힘입어 인기직종으로 부상한컴퓨터프로그래머 역시 어디까지나 중류층에나 인기가 있을 뿐 상류층과는 거리가멀다고 또다른 탈북자는 전했다. 북한 상류층에 인기있는 직업은 외교관, 무역일꾼 등 대외분야 종사자이며 그중에서도 무역회사나 외화벌이기관이야말로 최고의 인기직장이다. 북한 상류사회에서는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당기관을 최고의 직장으로꼽았으나 경제난이 닥치고 `외화바람'이 불면서 대외분야를 더 좋아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상류층 가정 대부분에는 대외부문 종사자가 1명이상 있는 실정이며자녀들이 대외부문에서 일하지 못할 경우 사위라도 반드시 대외부문 종사자를 택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고위간부들이라고 해서 외화가 특별히 지급되는 것도 아니고 경제난으로 간부에대한 생필품 배급량도 많이 줄어 힘있는 간부들은 넉넉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을 대외분야에 종사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고위간부의 딸이라 하더라도 대외분야나 당기관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아차선으로 의사나 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하거나 호텔, 외화상점, 외화식당 등 외화를취급하는 직장에서 일하기를 선호한다. 상류층과는 달리 중류층이나 서민층은 부수입이 있는 군관, 운전사, 상점이나식당의 종업원 등을 선호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