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건평 4만3천평 규모의 한솔제지 장항공장. 초봄의 따스한 햇살과 어울려 겉으로는 평온해보이지만 공장 내부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요란하기 짝이 없다. 헤드박스로부터 펄프 원료를 공급받은 초지기는 초조->압착->건조->표면도공->광택 등의 과정을 거치며 무게 30t,길이 5m 크기의 종이롤을 연신 토해내고 있다. 정양택 장항공장장(상무)은 "올들어 설날 하루를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누적과 시설보수 때문에 작년 1,2월 4일동안 가동을 중단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만저만한 변화"가 아니라는 말도 곁들였다. 종이제조 공정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6천7백평 규모의 창고. 드문드문 비어있는 공간이 적지 않은 가운데 2대의 지게차는 화물차와 기차에 제품을 싣기 바쁘다. 정동원 기술환경팀장은 "창고의 적정재고량은 1만7천t 가량인데 작년엔 재고가 남아돌아 2만t이 넘기도 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따라 어쩔 수 없이 야적도 했지만 현재 재고량은 1만4천t으로 줄어들었다는 것. 그만큼 생산된 종이가 활발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요즘 제지업계는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2002년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수요증가로 공장풀가동=지난해 한솔 신무림 한국 신호 계성 홍원제지 등 인쇄용지업체들은 내수 1백34만t,수출 93만t 등 2백27만t을 판매했다. 연간 총생산능력이 2백50만t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90% 정도의 가동률을 보였던 셈이다. 그러나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작년 4·4분기부터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올해엔 월드컵,지방자치단체장 선거,아시안게임,대선 등 이른바 4대 특수가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쇄용지판매가 올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신무림제지의 경우 작년중 평균 공장가동률이 90∼93% 수준이었는데 올들어선 95% 가량으로 높아졌다. 류신규 신무림제지 기획팀장은 "설비유지 보수를 제외하면 거의 완전 가동상태"라고 설명했다. 최성일 한국제지 상무도 "작년 10월부터 가동한 울산 3호기를 포함해 풀가동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공급물량이 달린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중인 신호제지의 경우도 작년초 가동률이 80%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 2월엔 97%로 올라갔다. 뚜렷한 실적호전=제지업종은 대표적인 '턴어라운드'(실적호전) 업종에 속한다. 매출액과 이익 모두 급증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들어 2월말까지 △매출액 1천6백20억원 △경상이익 1백5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작년 같은기간 매출 1천4백13억원,경상손실 2백7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신무림제지 또한 올 1∼2월 결산결과 매출액 6백73억원,경상이익 1백1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의 경우 각각 6백19억원 매출에 33억원의 경상적자를 기록했었다. 한국제지의 매출액도 작년 1∼2월 3백95억원에서 올 1∼2월엔 5백21억원으로 늘어났다. 경상이익은 10억5천만원 적자에서 7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따라 한국제지는 매출 3천1백억원,세전이익 3백60억원으로 잡았던 올해 경영목표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작년 1월 15.9%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던 신호제지는 지난 1월 14.7%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박용현 신호제지 기획팀장은 "국제펄프가격이 꾸준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국내판매단가도 다소 올라간 상태여서 이익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시장 다변화로 판로 확대=올해의 호황을 '반짝경기'로 끝내지 않겠다는 게 제지업체들의 각오다. 이를 위해 수출전선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저가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작년 25%)를 낮추고 중남미 지역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의 엔저 현상으로 인해 중국 및 아시아시장에서의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솔제지는 올해부터 브라질 멕시코 에콰도르 파나마 등의 남미시장을 새로 개척해 이곳에 월 1천t 이상 수출할 계획이다. 신무림제지도 올해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시장에 대한 수출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출물량도 작년보다 1만t 늘어난 6만5천t으로 잡았다. 한국제지의 경우 올해 수출목표치 10만8천t 가운데 절반가량인 5만1천t을 중국 미국을 제외한 기타지역으로 수출하기로 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