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의 뉴햄프셔' 제주에는 투표일(9일) 하루 전인 8일 대선주자들이 전원 제주로 몰려 막판 조직표 점검 및 지지표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금품 살포 등 주자들간 혼탁선거 비방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제주도민과 선거인단은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 공세에 짜증을 내면서도 선거결과에 촉각을 세우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선거를 맞는 모습이다. ◇주자 움직임 = 선거인단 확정직후인 5일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투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는 후보 진영은 거의 없고 더구나 1-4위간 격차가 오차범위내에 있기때문에 주자들로서는 한표 한표가 귀중한 상황이다. KBS 제주방송총국이 7일 실시한 선거인단 상대 전화조사에서 응답자 350명 가운데 이인제 고문 지지가 27.7%로 1위로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노무현 고문 23.1%,정동영 고문 20.9%,, 한화갑 고문 20%, 김중권 고문 4.6%, 유종근 지사 2.0%, 김근태 고문 1.7%로 각각 나와 1-4위간 박빙의 게임을 예고했다. 때문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이 고문 진영은 '표 다지기'에, 2-4위로 나온 후보 진영에서는 막판 뒤집기에 전력을 다했다. 각 후보 진영은 792명의 선거인단에 대해 이미 지난 사흘동안 7명의 후보 대부분이 전화 또는 면담 등을 통해 지지여부를 확인한 상태고, 지지후보 미확정 선거인단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를 펼쳤다. 심지어는 선거당일 유세연설을 통해서도 표심이 바뀔수 있다는 것이 각 후보 진영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날 밤 주자 전원이 참석하는 제주 MBC의 '100분 토론'과 선거당일 연설문 초고 작업에 각 후보진영은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인제 고문은 오전 일찍 제주에 도착해 지역 언론사를 순방한데 이어 제주 시내의 한 호텔에 캠프를 차리고, 자신의 사조직인 '21세기 산악회' 등 지역 조직책임자들과 잇단 접촉을 가졌다. 또한 함께 제주에 내려온 김명섭 조재환 전용학 의원 등 10여명의 측근 의원들이 각 지역을 맡아 선거인단과 대의원을 상대로 이 고문 지지를 호소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한 측근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대적할 수 있는 민주당의 유일한 후보라는 이인제 대세론은 결코 경선 끝까지 꺾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1위를 자신했다. 노무현 고문은 직접 선거인단을 찾아가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이날 오후 제주시내 한라병원을 방문, 자신의 지지를 전화로 표명했던 선거인단 김혜신(25.제주시연동)씨를 병문안했고 입원중인 김씨는 "내일 잠시 시간을 내 투표에 참가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노 고문은 MBC 토론 준비를 위해 숙소 호텔에 머물며 틈틈이 선거인단에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주말부터 제주에 머물며 선거인단과의 스킨십에 정성을 들여온 정동영 고문은 이날은 전략을 달리해 TV 토론과 선거당일 연설 준비에 전력했다. 정 고문은 토론 전문가 6명과 함께 숙소 호텔방에서 토론회 준비를 하면서 연설문 초고를 손봤다. 한 측근은 "지난 2000년 최고위원 경선당시에도 뛰어난 대중연설력으로 현장 표심의 상당수를 움직인 바 있다"면서 "멋진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선거결과에 기대를 표했다. 제주 도착직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한화갑 고문은 "학교에서 시험 답안지를 돈주고 산다면 누가 승복하겠느냐"고 금품살포 등 혼탁상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제주도민들이 좋은 결정을 내려줄 것이며 내가 1등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고문 또한 문희상, 정범구, 허운나 의원 등 측근의원 6명과 함께 대의원과 선거인단, 민주당 지방조직 간부 들을 숙소 호텔에서 잇따라 접촉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한 고문 진영의 한 측근은 "오늘 제주 연청지부에서 선거인단에 참여한 60명 가량이 한고문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며 "서귀포.남제주 지역에서는 국민선거인단을 포함해 70% 가량이 한 고문 지지표"라고 주장했다. 제주경선 사전 여론조사 등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김중권, 김근태 고문과 유종근 지사도 이날 제주에서 선거인단과 게릴라식 접촉을 갖고 막판 득표율 끌어올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김중권 고문은 김해김씨 종친회와 제주지역 교회 목회자 모임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했고 김근태 고문은 각 지역 선거인단과의 접촉에서 '구태정치 심판'을 촉구했으며, 유 지사 역시 선거인단을 상대로 `CEO(최고경영자) 대통령'을 역설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선후보 첫 경선이 실시되는 제주 한라체육관은 8일오후 전자투표 봉인식을 갖고 행사 리허설을 갖는 등 준비를 완료했다. 민주당은 행사장에 전화 120개 회선을 마련했고 전자투표권과 단말기 점검, 투표소 설치, 선거인단과 일반 방청객을 구별한 좌석 배치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정대권 민주당 제주도지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경선은 당내 행사가아니라 정치개혁과 정당민주화에 신호탄을 쏘틸첩??역사적 쾌거"라고 말했다. 후보들간 흑색선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으나 정작 도민과 선거인단은 "생각보다 건전한 경선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도청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일부 후보들이 시계를 돌리거나, 김 대통령의 붓글씨 영인본을 기념선물로 뿌린 정도가 고작인 것같다"면서 "지역책임자 등 선거브로커들에게 활동비조로 돈이 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열 혼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선거인단인 조신국(56.농업.남제주군 남원읍)씨는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후보를 직접 선택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서 "돈이나 선물을 받은 경우도 없고 그런 제의를 받은 바도 없어 비교적 혼탁하지 않고 경선이 제대로 치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선거인단 김애선씨(39.여.제주시 연동)는 "후보진영의 적극적인 홍보로 기분이좋았다"면서도 "다만 언론사를 가장해 여론조사 형식으로 특정후보 지지 유도를 받을때 곤혹스러웠다"며 하루 3-4통의 홍보성 여론조사 전화가 왔고 직접적인 후보 지지요청은 하루 10통이 넘었다고 밝혔다. 상당수 선거인단은 이같은 핸드폰 공세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라며 아예 핸드폰을 꺼놓은 경우가 많았다. (제주=연합뉴스)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