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해선 안된다는 명분으로 평준화를 고수하고 있지만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특화된 교육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난 7일 오후4시 서울대 제2공학관 209호 강의실.이번 학기에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 강의를 맡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첫날 강의때 21세기 국가비전을 교육혁신에서 찾았다. '패러다임 전환기의 경영'을 주제로 한 첫 강의에서 윤 부회장은 "서울대 졸업생도 미국유학을 가면 영어실력이 부족해 기숙사에서 책만 읽다 돌아온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가서 영어도 배우고 현지인맥을 쌓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해찬세대'의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비상이 걸린 서울공대는 이번 학기 모교 출신 스타급 최고경영자(CEO)를 겸임교수로 초빙해 '공대부활'에 발벗고 나섰다. 이 학교 전자공학과 62학번인 윤 부회장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듯 삼성전자의 잘 나가는 공대출신들 얘기를 들려줬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생산부문에서 세계1위를 달릴 수 있었던 데는 서울대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컸다. (지금은 부회장이라 연봉이 가장 높지만) 5∼6년전 만해도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연구원들이 수두룩했다" 관료중심적인 한국사회 풍토도 이공계기피증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윤 부회장은 "공대출신들까지 고시준비를 하는 세태가 안타깝다"며 "사회 각분야에 인재들이 고르게 진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이날 같은 시간 서울대 신공학관 301동 102호 강의실.이곳에서는 벤처기업의 스타CEO인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공대생들의 기(氣)살리기에 나섰다. 서울공대 제어계측과 79학번인 변 사장도 윤 부회장처럼 초빙교수로 한 학기동안 모교 후배들에게 '전자·전기산업경영'을 강의한다. 변 사장은 "공대생들도 경영감각을 갖추면 얼마든지 수십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CEO가 될 수 있다"며 "왜 이공계를 기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측의 CEO교수 초빙은 적중했다. 두 강의실에 각각 1백5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어 수십명은 2시간30분의 강의내내 서서 들어야 했다. 양홍석씨(24·컴퓨터공학부 4학년)는 "딱딱하게 정보만 전달하는 여느 수업과 달리 이론과 사례를 적절하게 접목시켜 흥미로웠다"며 "'과거 패러다임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감명깊었다"고 말했다. 성운탁씨(28·전기컴퓨터공학부 석사과정)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는 듯한 고객(학생)중심의 강의에 흠뻑 빠졌다"며 "특히 공대생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려는 선배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임상택·홍성원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