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텔레비전의 뉴스시간에는 굴지의 식품회사 간부들이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광경이 끊이지 않고 방영되고 있다.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수입산에서 국산으로 둔갑시키거나, 값싼 고기를 고급육처럼 속여 팔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27일에는 전국 농업협동조합연회(전농.全農)의 직할판매 기업인 '전농치킨 푸드'라는 회사가 태국산과 중국산 닭고기를 국산 닭고기에 섞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농 치킨 푸드'의 가고시마(鹿兒島) 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태국산과 중국산 닭고기를 사용해 닭고기 포장육을 7t가량 제조해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회사는 지난해 광우병 파동으로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국산 닭고기로는 주문량을 채우지 못할 것을 우려,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일본 최대의 육가공회사인 유키지루시(雪印)식품이 수입산 쇠고기를 국산인 것처럼 위장했다가 여론의 철퇴를 맞고 결국 문을 닫은 사건과, 업계 제 2위인인 '스타젠'이 값싼 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고급육으로 위장, 판매해 온 사건에 뒤이은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의 윤리와 도덕성을 저버린 일련의 식품위장 사건은 일본의 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생존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모험'을 벌인 악덕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이번 사건들은 적어도 식품만큼은 '안전지대'라는 명성을 유지해온 일본이 장기불황으로 인해 치르고 있는 값비싼 대가인 셈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