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부터 서울지역 고교 신입생들의 전학신청을 받기 시작한 서울시교육청에는 1천여명의 학부모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달 27일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사흘째 거리에서 밤을 지새운 `열성'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7시 교육청이 정문을 개방하고 대기번호표를 발부하자 서로 앞선 번호를 받기 위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대기하던 학부모들은 선착순인 학교배정에서 `선호학교'의 빈 자리를 빼앗길까봐 사소한 몸싸움과 실랑이를 벌였고, 곳곳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이들 학부모들은 먼저 줄을 서기 시작한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자체적인 번호표를 만들어 돌렸고, 일부 학부모 대표들은 정문 입구에서 입장하는 학부모들의번호를 일일이 확인한 뒤 입장시키기도 했다. 200m가량 떨어진 강북삼성병원앞까지 길게 늘어선 학부모들은 교육청 정문에입장하면서 대기번호표를 받았고, 이날 오전 각 학교에서 실시된 입학식후 전.입학배정원서 등의 서류를 받아오는 대로 민원실에 입장해 전학 신청을 접수했다. 민원실에 들어와 전학신청을 접수하려다 강남지역의 원하는 학교에 자리가 없다는 설명을 들은 일부 학부모들은 "자리가 날때까지 며칠밤이라도 기다리겠다"며 신청을 취소하고 근처에 여관방을 잡는 등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이틀전부터 가족들과 교대로 밤을 새웠다는 학부모 김모(42.남)씨는 "쌀쌀한 날씨속에 밤을 새우는 게 힘들었다"며 "동생 가족까지 모두 출동해 교대로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조카의 전학을 위해 대신 밤을 새웠다는 강모(36)씨는 "형의 가족들이 모두 일산에서 서초동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조카도 전학해야 하는데 근처 학교의 빈 자리를빼앗길까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좋은 강남학교를 가기위해 주소만 옮긴 위장전입자들 때문에우리처럼 실제로 이사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차량들이 오가는 도로에서 노숙하는 것이 위험해 강당에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교육당국이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해주는 게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입학식이 끝난 뒤에야만 학교에서 전학서류를 발부해주기 때문에 교과서와 교복을 두 번씩 사야 한다"며 "신청을 일괄적으로 접수한 후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학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올해 전학신청자가 예년보다 많이 몰린 것은 어려워진 수능시험의 여파에다 대학 수시모집 확대, 학급당 인원수를 35명으로 줄이는 `7.20교육여건 개선사업' 등으로 이른바 `선호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늘었기 때문. 게다가 최근 수도권 평준화 지역의 고교 재배정 사태까지 겹치면서 성남, 고양,수원 등의 지역에서 `비선호학교'에 배정받은 학부모들이 `서울로, 강남으로'를 외치며 전학신청에 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의 경우 고교 신입생 전학이 시작된 3월2일 하루동안 1천352명, 3월 한달간고교 신입생 3천111명이 전학을 신청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약 30% 늘어난 4천여명에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평준화라는 기본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매년 더심해질 것"이라며 "80년대 후반 전학제도를 `신청접수후 추첨' 방식으로 전환한 적이 있지만 각종 민원과 청탁, 불만 등이 난무해 선착순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달말께부터 전학자 전원을 정밀실사한 뒤 선호학교에 가기 위해 주소만 옮겨놓는 위장전입자가 적발되면 전원 원래학교로 돌려보낼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