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일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22일 조지 W.부시 미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데 대해 "북한 체제 속성상 당연한 반응"이라는견해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또 "당분간 북미 냉각국면이 계속되겠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한편으로는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 = 북한측의 반발은 예상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주민을 분리, 대응키로 한 것은 `수령중심주의'에 기초한 북한체제의 특성상 맞지 않는 것이었다. 지도자의 권위 훼손이나 북한식 사회주의 제도를 부정한데 대해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결국 북한의 메시지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려면 대화상대를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대화를 하기 전에 북한이 스스로의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이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북미 고위급 대화로 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도부와 주민에 대한 분리대응 방침을 천명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는 당분간 대화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측 반응 가운데 주목할만한 점은 남측을 비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일단 정리하고 차분하게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점차 모색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측과의 대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비한 명분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했다기보다는 최고지도자를 비난한데 대해 반발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당분간 북미는 냉각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북한이 반발을 끝내고 이 과정에서 중국 등을 통해 조심스럽게 미국과의 접촉을 준비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특히 남북대화가 중요하다. 북한이 남측을 비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날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가 남북대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한미는 남북대화를 토대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