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크루즈에 고급 콘도미니엄 개념을 혼합시킨 초호화 선박이 20일 첫 모습을 드러냈다. 노르웨이 서부 항구 트론헤임의 포센 조선소에서 건조된 `더 월드'(The World)호는 길이 196.5m의 대양운항 크루즈 선박으로 110채의 콘도미니엄이 설치돼 있다.채당 200만-680만달러인 콘도미니엄 가운데 80채는 이미 분양을 마쳤다. 크기는 102.8-301㎡다. 모두 12층의 데크를 갖고 있는 이 선박은 88채의 임대용 스위트 아파트도 별도로 갖추고 있으며 2개의 수영장, 골프 연습장, 쇼핑몰, 레스토랑과 헬스클럽 및 사우나도 설치돼있다. 콘도미니엄도 여간 화려한게 아니다. 영국 디자이너 니나 캠벨의 작품인 "전통적인 안락함"을 비롯해 "컨티넨털 스타일"(미 디자이너 JP 몰리눼 작품), "고전적인현대미"(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치아노 디 필라 작품)와 정통 노르웨이 스타일인 "해양풍"의 4가지 디자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내부는 고급 마루와 100% 순모 카펫, 대리석 욕조 등으로 치장돼있다. 초호화브랜드인 웨지우드 및 크리스토플 식기와 고급 린넨으로 부엌이 단장돼있으며 오디오.비디오 시스템도 첨단 수준이다. 320명의 승무원들이 매일 타월과 침대 시트를갈아주는 등 극진하게 서비스한다. 바다를 내다보면서 즐기는 목욕중에 샴페인도 즐기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더 월드호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집을 떠나지 않고 세계를 일주한다'는 캐치 프레이즈에 걸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내달 6일 오슬로에서 입주자들을 처음으로 맞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만도 46개국의 120개 항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첫 항해는 3월 7일 오슬로를 떠나 함부르크와 런던을 거쳐 미 플로리다 휴양지포드 로더데일을 경유해 4월 19일 뉴욕항에 입항하도록 돼 있다. 무작정 항구만 도는 것도 아니다. 특별한 행사나 축제 일정에 맞춘다. 예를 들어 칸 영화제, 모나코 포뮬러원 그랑프리 자동차경주 및 브리티시 오픈 골프 등 부자들이 선호하는 이벤트에 맞춰 현지 항구를 찾는다. 더 월드호 건조를 처음 생각한 억만장자 해운업자 눗 클로스터 2세는 `크루즈콘도미니엄'이 "새로운 생활 패턴"이라면서 "번거롭게 매번 짐을 싸지 않고도 편안히 집에 앉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6년말 처음으로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면서 당초 297m 길이의 배에 280채의 콘도미니엄을 설치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더 월드를 운영하게될 바하마 소재 레지던시(ResidenSea)사(社) 관계자는 "모든것이 갖춰져있기 때문에 입주자는 몸만 들어오면 된다"면서 "최고의 설비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박의 가격을 묻는 질문에 건조에 모두 "2억6천600만달러가 투입됐다"고 대답했다. 더 월드 프로젝트를 좋지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가장 시비되는 것이 세금 문제.부자들이 세금을 포탈하는 방편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노르웨이 세무당국 관계자는 "부자들이 이 배를 타고 장기 외유하다보면 결국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게될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세금 회피를 위한 새로운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빈정거림이나올만 하다"고 말했다. 더 월드를 운영할 해운회사가 `세금 천국'의 하나인 바하마에 소재하고 있는 점도 이런 의혹을 증폭시킨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항변한다. 한 관계자는 "세금을 내지않는다고 생각하면 오해"라면서 "해외 체류시 그곳에서 합당하게 납세할 것"이라고강조했다. 한 예로 영국의 경우 1년에 6개월 이상 해외 체류할 경우 세금을 그만큼공제받게되나 대신 체류지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납세하기 때문에 결국은 어디서나세금내기는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회사측은 세금 내기를 꺼리는 부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이런 새로운 `탈세 방법'을 구상한게 아니냐는 지적에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이 관계자는 "분양할 때도 세금에 관해서는 일체 입주자들과 상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금 문제에대한 의혹의 눈길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트론헤임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