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을 털고 우량주로 거듭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은 대표적인 경기관련주로 꼽힌다. 주가가 경기사이클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인다. 지난해 10월이후 국내경기의 회복조짐이 나타나자 주식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움직였던 것도 이들 금융주였다.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발빠른 외국인은 이미 지난해말 이후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매집해 왔다. 국민은행(71%)을 비롯해 한미(62%) 신한(52%) 하나(51%) 등 우량 시중은행의 외국인지분율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삼성화재 대신증권 외환신용카드 등 각 금융부문의 대표주에도 외국인 '사자'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금융업종지수는 외국인 매수 등에 힘입어 지난해 9월21일(181) 바닥을 친 뒤 최근 370선까지 수직상승했다. 4개월간 상승률은 1백%. 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70%)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이달들어 금융주의 주가 탄력은 다소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4개월 동안의 단기급등에 따른 '숨고르기'일 뿐이며 향후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경회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실자산 축소에 따른 리스크 감소,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M&A 재료 등을 감안하면 금융주는 올해 내내 주목을 받을 것"이라면서 "주가가 조정할 때마다 저점매수해 장기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부실 고리 차단 애널리스트들이 금융주의 전망을 밝게 보는 근거로 우선적으로 꼽는 것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요인을 대거 털어냈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영업을 통해 수천억원씩 벌어들이다가도 기업부도 등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수백억원 내지 수천억원을 까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에 따라 수익구조가 불안정했다. 은행권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체질이 크게 달라졌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 기업여신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지난 99년 13.6%에 달했던 시중은행의 부실여신(고정이하) 비율은 지난해말 4.8%대로 낮아졌다. 올해말에는 3%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기업여신에서 추가 부실이 생길 우려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기업여신 비중이 높은 조흥 외환은행이 올들어 액면가(5천원)를 회복한 것도 이같은 경영체질 개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도 이제 조흥은행 주식을 매수할 만큼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대우채펀드' 환매에서 발생한 손실을 지난 1년간 상당부분 상각처리하는 등 부실요인을 털어내며 우량주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익성 대폭 개선 부실 고리가 차단되면 자연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갖춰져 수익성 호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금융주의 최대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잠재부실 우려가 사라지고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자산가치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은행권은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 수수료 현실화 등으로 7대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어날 것으로 SK증권은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미 증시활황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거래량(대금)이 늘어날수록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위탁수수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수익구조가 단순하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주식투자 인구의 증가로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위탁수수료 외에 펀드판매 수수료 수입의 증가도 기대되고 있다. 보험사는 정부의 사고예방대책 등으로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 증시호황으로 유가증권투자에 따른 이익증대가 맞물리면서 실적개선이 지난해에 이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동안 연평균 90%의 고성장을 해왔던 신용카드시장은 올해 역시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연체율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경기회복세를 감안할 때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신용카드사 주식은 '성장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고된 M&A 구조조정이나 몸집늘리기를 위한 M&A(인수합병)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도 금융주의 투자매력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통상 M&A 재료는 실적호전 모멘텀 이상으로 주가상승의 강력한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실제 작년말 하나은행은 제일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주가가 급등했었다. 은행권에선 공룡은행인 국민은행의 '독주'에 위기를 느낀 은행들의 '짝짓기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한 하나 한미 조흥 외환은행 등 대부분의 상장은행은 합병의 회오리 바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는 은행권 못지 않은 M&A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이미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이 합병해 브릿지증권으로 새로 탄생했다.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우증권, 해외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현대증권, 투자회사인 H&Q가 대주주로 있는 굿모닝증권,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대신증권 등 정상급 증권사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모두 M&A의 가시권에 들어 있다. 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는 "작년말 이후 증권시장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통한 사이버매매의 확대로 실적개선 정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어 증권업계가 합병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강 상무는 "앞으로 증권주의 투자포인트는 실적개선보다는 M&A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