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악의축' 언급 이후 미국의 경고성 대북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던 정부가 햇볕정책 수호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정부와 민주당은 6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최근 사태와 관련, "햇볕정책이 흔들리지 않는 기조 위에서 우리 입장을 당당하게 미국측에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민주당 박종우(朴宗雨) 정책위의장이 말했다. 박 의장은 특히 부시 방한과 관련, "모든 국민이 현 사태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당정회의 내용을 브리핑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미국의 대북압박흐름에 끌려가던 것에서 `탈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미국을 상대로 정면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또 새해들어 큰 진전은 없었지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기대되는 등 남북관계개선조짐이 감지되던 상황에서 미국의 잇단 대북강성 발언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긴장된데 따른 불만의 표출일 수도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북한에 대화참여를 종용하고 미국에는 미사일 등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중재역을 담당하겠다는 입장은 일관적으로 유지키로 했다. 최근 북미긴장 사태 이후 정부는 오는 20일 부시 대통령 방한시 미국측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노력을 펴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을 상대로 한 설득과정에서 양국간에 이견과 논란이 빚어질 소지도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5일 "이제 공은 북한쪽에 있다"면서 "북한이 테이블로 다시 나오기를 결정하면 언제든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화재개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한미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인사들이 이번 대북 강경연설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측이 이러한 우리측의 입장을 어느 정도로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사이에 대화를 중재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이달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안정.평화를 위해 대화설득에주력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간에는 대화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모든 문제를 풀어나간다는데이견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부시 대통령 연설이후 국내 여론에서 `당당하게'대처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정부내분위기를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