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어느 때보다 막중한 회계감사 책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분식회계 문제로 미국의 자본시장이 벌집을 쑤셔놓은듯 어수선한 시점에서 본격적인 회계감사 시즌을 맞았다. 대우계열사와 동아건설에서 터져나온 분식회계가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당국은 지난해 강력한 분식회계 근절책을 마련했고,그 후 처음 맞는 감사시즌이란 점에서 이번 결산기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각종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회계처리가 얼마나 투명해졌는지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부실감사 방지를 위해 회계법인은 감사인원을 증원하는 한편 감사 후의 확인기능을 강화했고,금감원도 30여개 기업의 회계감사 현장에 전문요원을 파견해 실태를 감독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가 터진 뒤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예방이 효과적이란 점에서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일과성에 그쳐선 안된다.
기업형편이 어려워지거나 경영진의 입지가 좁아지면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탓에 회계의 투명성 확보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제도상 총체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분식회계 적발 기업에 대한 형사적 책임추궁이나 여신회수 벌칙금리적용 상장폐지 등 이미 마련된 제도는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마땅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 본보기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분식회계에 관한 기업내부자의 제보제도를 활성화하고 1~2월에 집중되는 감사업무 분산을 위해 상시감사제도를 본격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회계법인은 요식행위에 머무는 감사가 결국 기업을 파탄의 길로 인도한다는 인식과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기업도 분식관행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과거 분식을 전기오류수정 방식으로 바로잡으면 각종 처벌과 금융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조치가 지난해에 취해진 뒤 처음 맞는 결산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 파문은 신용을 기반으로 삼는 자본주의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드는 일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식회계의 의심을 사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속출하는 '신용공황'이 결코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할 수 없다.
시장의 신뢰를 잃기는 쉽지만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따른다는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결산보고서가 나온 뒤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져 미국과 같은 혼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관계자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