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유일하게 TV방송사와 한 회견이 CNN을 통해 31일 처음 공개됐다. 빈 라덴은 지난 10월말 카타르에 본사를 둔 아랍어 방송사인 알-자지라와 회견했으나 알-자지라는 이를 방영하지 않았다. CNN은 이 녹화테이프를 입수, 이날 방송했다. 빈 라덴은 알-자지라의 카불 주재 기자와 가진 회견에서 "전투가 미국의 내부로옮아갔다"고 주장하면서 "신이 허락한다면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우리가 신을 만날 때까지 전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자유와 인권이 최후의 운명을 맞았다"면서 "미국 정부가 미국민들, 그리고 서방 세계의 국민들을 참을 수 없는 지옥과 숨막히는 삶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9.11테러 공격을 빈 라덴 자신이 공모했다는 미국측의 비난과 관련한 질문에 빈 라덴은 "미국은 우리와 전세계 이슬람 신도들을 향해 수많은 비난을 가해왔으며, 우리가 테러 행위를 하고 있다는 미국의 비난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일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테러리즘이라면, 그리고 우리의 아들들을 죽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테러리즘이라면,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는 것을 역사가 증언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알-자지라의 기자는 9.11테러 발생 몇 주 후에 시작된 미국내 탄저균 공격의 배후에 빈 라덴이 관련됐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했으나 빈 라덴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탄저병은 신의 징벌이며,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억압받는 어머니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은 "우리 아이들을 죽인 이교도의 왕들과 십자군의 왕들, 그리고 민간인 이교도들에 대한 보복으로 그들을 죽인다"면서 "이는 이슬람법에 따라 허용되며 논리적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의 기자가 "그들이 무고한 우리 양민들을 죽인다고 우리도 무고한 그들의 양민들을 죽여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질문하자 빈 라덴은 "이미 말했듯이 이슬람의 법에 의해, 그리고 논리적으로도 허용된다"고 답했다. 빈 라덴이 비디오녹화 성명을 통해 전세계 테러리스트들에게 비밀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미 백악관이 주장한 것과 관련, 빈 라덴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마치 우리가 전화도 인터넷도 없이 비둘기를 날려 편지를 보내는 시대에 사는 것 처럼 얘기하는데 웃기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지난해 10월21일 빈 라덴과 이 회견을 방송하지 않은데 대해 약 2개월 후에 "뉴스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방송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CNN의 뉴스담당 최고임원인 이슨 조던은 "회견 내용이 뉴스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녹화테이프가 일단 우리 수중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이를 보도해야만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로서는 알-자지라가 방송하지 않은 이유와 녹화테이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도 않는 이유에 대해 의아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그러나 CNN에 서한을 보내 녹화테이프를 CNN이 불법으로 획득했다고 비난하면서 CNN과의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CNN은 그러나 이 테이프를 확보하는데 있어서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으며 이를 방송하는 것 역시 불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CNN의 자회사와 알-자지라와 맺은 협약에 따라 알-자지라에 의해 통제되고 소유되는 모든 녹화내용을 CNN이 아무런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CNN은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