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자!" 그들은 술잔을 들때 그렇게 외친다. 그들은 한눈에 지나가는 여성들의 "보디 견적"을 뽑아낼 수 있으며,여인의 풍만한 가슴이 이른바 "공갈브라"의 힘인지 아닌지를 척척 가려낼 줄 안다. 바로 국내 최대 속옷회사인 비비안의 남자들. 정만희(38.상품기획실 브라팀 머천다이저),변정원(29.팬티 디자이너),권기주(29.가운팀 머천다이저),정재선(29.파자마팀 머천다이저)씨.여자수가 압도적인 동네에서 여성 속옷을 기획하고 만들며 속옷과 함께 살아가는 네 남자의 공통된 일성은 "여자들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다. 입사 12년차의 정만희 과장.그는 브래지어 MD로 한우물을 팠다. 입사 당시 남영나일론이었던 회사 이름에 "속아" 섬유회사인줄 알고 들어온 케이스다. "처음에야 낯이 뜨거웠죠.사무실 곳곳에 브라며 팬티가 널려있고 "기본"만 걸친 속옷모델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영 쑥쓰럽더라구요. 멀쩡한 정신에,그것도 대낮에 어디 여자 속옷 구경할 일이 있었어야죠" 그러던 그는 이제 다음 시즌에 히트할 스타일을 귀신같이 찍어내는 브라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정 과장의 말은 다르다. "10년 아니라 30년을 일해도 여성 심리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해요. 이건 1백% 될거다 싶었던 제품이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하고 다들 아니라고 했던 놈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합니다" 입사 4년차로 가운(슬립류)팀의 MD로 일하는 권기주씨도 동의제창이다. "여자 손님들은 기분파가 정말 많아요. 기분이 우울할 때 비싼 속옷을 팍팍 사곤 하죠.그리곤 다음날 바꿔가는 경우가 태반이구요. 예쁘다는 판매원의 말에도 잘 넘어(!)오죠" 비비안의 남성 속옷 디자이너 1호이자 디자인실 60명중 청일점인 변정원씨는 여자들의 "내숭"을 예로 든다. (상품기획실에는 남자들이 많이 포진해있지만 디자인실에는 그가 유일하다) "처음에 제가 조금 야한 농담이라도 하면 정색을 하면서 고개를 돌리던 동료들이 말이죠,이젠 제가 있건말건 아들낳는 비법에서부터 별스런 피임법까지 농도짙은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하더라구요" 입사 2년차로 팀의 막내격인 정재선씨는 좀 다르다. 결혼도 하기전에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진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만큼 여자들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는 것. "지내다보니 사나이의 우정만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여자들도 끈끈한 의리가 있던걸요" 변씨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맞아요. 결혼한 여자동료들에게서 남편들 흉을 많이 듣게 되거든요. 고기를 구웠는데 혼자 낼름낼름 집어먹는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듣고 있노라면 남자들이 배려심이 참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돼요. 1등 신랑수업을 받는 셈이죠" 갖가지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그들이 남기고 싶은 한마디.바로 속옷회사나 다른 회사나 다를 바 없다는 사실. "아,속옷 안 입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구 하세요"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