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이번 대책으로 강남 부동산 열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부가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요" 지난 8일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에 대해 지난해 12월 분당에서 서울 청담동 S아파트로 이사온 김희숙 주부(42)는 ''정책당국이 시장현실을 모른다''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서초구 삼풍아파트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8년째 해온 박민주씨(45)는 "서울 강남의 집값 폭등을 가라앉히겠다는 정부가 고양 하남 등 서울 인접지에 임대주택단지를 대거 건설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난센스''"라고 비꼬면서 "서울 외곽에 영세주택단지가 많아지면 강남은 더욱 차별적으로 부상하게 마련인데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강남 D고교의 서모 교사(37)는 "세무조사로 이른바 ''수능집값''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책진단을 한 뒤 "작년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강남학군이 다시 부각되면서 학생전입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 러시는 서울시교육청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지난해 11월까지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온 고교생은 모두 3천8백43명으로 2000년 같은 기간의 2천9백66명에 비해 29.6%나 급증했다. 서울 전입생중에서도 강남 전입은 지난해 11월까지 6백77명으로 2000년의 4백89명에 비해 38.4%나 늘었다. 같은 서울시내에서도 작년 11월까지 강남으로 전학한 강북학생이 6백11명으로 2000년 같은 기간의 4백68명보다 1백43명이나 늘었다. 일산신도시 정발산 인근 단독주택에 사는 주부 최미숙씨(39)는 "중2학년인 아들 반에서 신학기를 앞두고 최근 10명이 전학갔다"며 "이중 3명은 유학을 떠났으며 7명은 강남으로 이사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그동안 비평준화지역이어서 일산 명문인 백석고에 진학하면 강남 아이들과 경쟁할만하다고 생각했지만 평준화로 목표가 사라졌다"면서 "한국 특유의 교육열을 감안하지 않고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분당도 마찬가지다. 분당신도시에서 입주 초기인 93년부터 살았던 주부 윤모씨(46)는 지난해말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바로 뒤편에 있는 S아파트로 이사왔다. 그는 "아이 성적이 상위권이어서 분당 명문인 서현고를 목표로 공부했는데 이젠 컴퓨터추첨으로 어느 학교에 배정될지 불확실해져 하는 수 없이 강남으로 왔다"면서 "집값이 너무 비싸 분당집 판 돈으로 전세를 들었다"고 밝혔다. 강남 개포동에 살다가 분당으로 갔다 되돌아온 외국계은행원 김기문씨(48)는 "분당 일산 입주 당시 신도시를 강남보다 나은 자족도시로 만든다는 정부 정책을 믿고 갔다가 실망했다"면서 "다른 곳에도 강남수준의 교육환경 및 생활여건을 조성해야 강남의 부동산문제와 교육왜곡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정책당국에 훈수까지 곁들였다. 분당구 N중학교 3학년 교무주임 지모 교사(45)는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이사를 간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 D중학교 영어담당 교사인 최모씨(38)도 "최근 주로 분당에서 전학온 학생이 한반에 3∼4명 가량 된다"며 "신학기를 앞둔 2월이 되면 전입생이 더욱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집값대책에 강남 학원분산책 및 세무조사 등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한 강남구 대치동 H학원의 교무담당 양모씨(42)는 "집값 파동이 없어도 매년 하는 세무조사인데 새로울게 없다"면서 "강남으로 몰리는 교육수요를 분산하는 연구를 해야지 시장을 억지로 누를 발상만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개포동 B부동산의 김기식 사장(45)은 "물론 강남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데는 도곡동 등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1차적으로 작용했지만 학군 프리미엄이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수찬.이방실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