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고,국민의 높은 교육열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결정적 동인이었다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역대 모든 정부가 교육개혁에 높은 우선순위를 둔 것도 국민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대학입시정책으로 대변되는 교육개혁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사회안정을 가져온 적은 한번도 없다. 이번 정부에서도 대표적 개혁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교육이민을 떠난다든지 하는 교육정책실패의 사회적 충격이 날로 더 커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개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목표와 수단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이해와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교육정책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폐쇄된 경제시대의 사고방식과 편향된 정책결정방식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준화 정책이 공교육을 무력화시키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는 부작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벌위주 철폐나,대학 서열화 방지라는 슬로건이 일부 정치인에겐 일견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잘하는 사람보다 잘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인기영합적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우리국민의 '교육의 수월성(秀越性) 추구'라는 목표와는 양립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평준화 정책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면 '총론 찬성,각론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국가적으로 평준화 정책을 취하는 것은 찬성하지만,자기들은 특별교육 받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이중성이 노정될 것이다. 무엇이 교육개혁을 실패하게끔 만드는가. 첫째,교육은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은 투자재이지만 동시에 소비재의 특성도 갖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소득이 증대될수록 소비재적 특성의 비중이 높아가며,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자녀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소비가 늘어가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소비재로서의 교육은 시장기능이 작동해야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며,정부가 간섭해서는 오히려 자원배분의 왜곡만 초래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정부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즉 정부의 지원으로 공급되는 국공립학교의 교육에 대해서는 책임과 권한을 갖고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직접규제방식은 피해야 한다. 소수 인기학과에 우수자원이 편중되고,사회적 필요는 있는데 비인기학과에 교육공급자원이 고갈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인기학과의 발전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인력수급균형이 이루어지도록 비인기학과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둘째,교육정책 결정에 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이 균등하게 반영돼야 한다. 교육개혁정책은 교육학 전공자,학교운영자,교수 등 교육공급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수요자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좁기에 개혁정책이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추진 체제를 교육수요자가 절반을 차지하도록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정책의 사회정책적·경제정책적 측면이 간과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셋째,글로벌 추세에서 교육시장이 개방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교원들의 전문성은 존중돼야 하겠으나 진입장벽은 과감히 허무는 것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첩경이다. 대외개방이 미진한 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수주의적 국민정서로 볼 때,교육분야의 대외개방에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폐쇄된 상태에서 방치된 한국적 학문분야가 대외개방으로 오히려 중요성이 인지돼 수요가 늘고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규정하고 나머지 일들은 과감하게 민간부문에 이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급자 위주에서 벗어나 교육수요자 의견도 정책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교육개방을 적극 추진하고,다양한 교육상품을 민간부문이 창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평준화·획일화·저생산성이라는 표현이 교육부문의 특징이 되지 않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