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8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해였다.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출판했고, 멕시코가 미국에게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빼앗겼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금광이 발견돼 골드 러시바람이 불었다. 굵직한 사건이 그해에 유독 많았던 건 왜일까. 정확한 이유야 역사가들이 밝히겠지만, 모르스가 발명한 전신이 세계패자로 군림하던 유럽의 전역으로 확산됐던 때가 1848년이라는 사실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당시로서 혁명적 통신수단인 전신이 보급되자, 근대 뉴스 통신사의 효시인 프랑스 아바스 통신사(1835년 설립ㆍ현 AFP의 전신)는 같은 해 런던, 브뤼셀, 빈 등지로특파원을 파견해 취재망을 대폭 넓혔다. 전신 이전의 신속정확한 통신 수단으로 사용됐던 것은 전서구(傳書鳩)였다. 아바스 통신사도 이 전서구를 이용해 신문사들에게 신속하게 소식을 전함으로써 뉴스의 총아로 떠올랐다. 유럽 영향권에 있던 미국에서는 전서구에 의한 뉴스 전달로 흥미로운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에서 승객과 물자를 가득 실은 배가 미국 해안에 모습을 드러내면, 취재 기자들은 가장 빠른 배에 전서구를 한 마리씩 싣고 아직 정박도 하지 않은배에 앞다퉈 올라가 속보 경쟁을 벌였던 것이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위성 전화와 랩탑이나 카메라를 휴대하고 있음을 보면 약 150년의 세월 간극이 낳은 두 장면은 좋은 대조를 이룬다고 하겠다. 통신사 효시가 그러했듯이 인터넷이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통신사는 신문.방송에 뉴스를 공급한다는 본래 목적을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그 영역과 역할을 날로 키워가고 있다. 프랑스의 AFP, 영국의 로이터, 미국의 AP와 같은 3대 통신뿐 아니라, 중국의 신화(新華),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 일본의 교도, 독일의 DPA 등이 자국과 주변국에 뉴스를 공급하면서 영향력 있는 통신사들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 해도 세계적 뉴스 공급원들로부터 뉴스를 받아 자국언론에 제공하는 통신사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통신사는 뉴스의 창구 역할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는 언제 통신사가 생겼을까. 이 땅에 처음 생긴 통신사는 일본인이 한일합방을 앞둔 1906년 서울에 설립한 일본전보통신이었다. 이어 경성통신, 통신일간대륙 등 역시 일본인이 세운 통신사들이 속속 생겨났다. 일제시대 때 우리말로 발행된 통신은 1926년 창간된 조선사상통신사가 유일했지만, 그나마 일본어판의 일부로 발행됐다. 일본 제국주의 정부 입장에서 식민지 조선의 사정을 대외에 알릴 수 있는 통신사를 허가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순우리말 통신사는 해방 사흘째인 1945년 8월17일 설립된 해방통신가 최초였다.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이지만, 통신사는 이처럼 태생상 국가및 민족과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많은 통신사가 명멸한 가운데,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통폐합될 때까지 국내 뉴스 시장에서 두드러졌던 양대 통신으로는 합동통신(1945년 설립)과 동양통신(1952년설립)이 있었다. 이들 통신사가 지금의 연합뉴스(옛 연합통신) 전신인 셈이다. 정보화의 진행에 따라 '아는 것은 힘이다'는 경구가 '정보는 힘이다'로 바뀌었듯이, 통신 수단의 발달로 뉴스 내지는 정보가 갖는 파급력과 영향력은 더욱 더 거세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포메이션 슈퍼 하이웨이'가 전세계를 고속질주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국가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거대한 힘을 갖게 됐으며, 이에따라 '국가 정보력'이나 '정보 식민주의' '정보 식민주의'와 같은 용어들이 등장했다. 정보수단 보유 여부에 따른 빈부격차를 말하는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말도 그러하고,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지난 1967년 동양통신에 입사, 98년까지 32년 동안 통신사 기자로 일한 언론인이문호(연합뉴스 전 전무이사)씨는 최근 펴낸 저서 「뉴스에이전시란 무엇인가」(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뉴스 현장의 파수꾼'인 통신사의 생성 과정과 역할에서부터 외신들의 정보 전쟁, 콘텐츠의 장래까지를 폭넓은 시각으로 다뤘다. 통신사에 대한 종합적 설명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에 투영된 서울 주재 외신 기자들의 면면, 한국전 종군기자들의 활약상, 자신의 도쿄.워싱턴 특파원 생활을 바탕으로 국제뉴스를 해석한 시각, 통신 기자의 애환, 뉴스 문장에 대한 통신 기자의 견해도 실려 있다. 양대 방송사가 대주주인 연합뉴스의 소유구조 개편 움직임, YTN 창업과 매각, 국제뉴스시장의 강자 로이터와의 갈등 등 국내유일 종합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안팎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소개됐다. 마침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 11일 '연합뉴스사 및 연합뉴스위원회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연합뉴스의 공영성과 독립성 강화방안을 논의하는 시점에 발간된 이 책은 통신사의 성격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듯하다. 다음은 통신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자가 머리말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 대목. "식당에서 식사할 때 재료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처음부터 상관하는 사람은 없다...식당이 신문과 방송사라면 통신사는 그들에게 평소 물건을 대주는 도매상같은 곳이다" 510쪽. 2만6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형근 기자 happy@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