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한지 2개월여만에 탈레반이 최후거점 칸다하르까지 포기, 사실상 항복함에 따라 아프간 전쟁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극렬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조직원 색출.제거와 탈레반 잔당소탕,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의 신병처리 등의 문제가 남아있긴하지만 지난 10월7일 시작된 '9.11 테러'에 대한 보복전쟁은 상황에 따라 국지적,제한적 충돌이 예상되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칸다하르 포기배경= 쉽게 칸다하르를 포기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공습속에 최후거점내 반탈레반 세력의 저항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이 적극 개입, 오마르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아프간 남부지역에 대한 파슈툰족 분열공작으로 종족의 응집력을 떨어뜨리면서 반군을 세력화,봉기를 유도함으로써 유혈충돌없이 탈레반을 붕괴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식량과 무기 등 군수물자 부족과 병사들의 사기저하에 허덕였던 탈레반으로서는고립이 가속돼 혹독한 겨울을 더 이상 견딜 힘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B-52 폭격기를 동원한 융단폭격 등 집중공격으로 초기 방공망과 비행장, 통신망등 탈레반 군 시설과 지휘통제 시스템이 파괴돼 국토의 대부분이 북부동맹 수중에떨어지고 최근에는 독일 본 회의에서 하미드 카르자이를 수반으로 한 아프간 과도정부까지 수립돼 '투항'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압둘 모하메드 자이프 전 파키스탄주재 탈레반 대사가 "오마르는 국민의 (더 이상의) 희생을 피하고 생명과 아프간인의 존엄성을 보장하기위해 결정을 내렸다"고말해 오마르가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음을 내비쳤다. 탈레반으로서는 지난 1980년대 구 소련 아프간침공의 경우 미국과 파키스탄 등의 배후 지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고립무원속에 미국의 무차별 융단폭격이 강력한데다 본 회의를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를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까지 출범하자 결사항전할 의지가 꺾였다고 할 수 있다. ◇휴전이행= 탈레반은 병사들에 대한 사면과 최고지도자 오마르의 안전보장을조건으로 칸다하르를 반탈레반 파슈툰족 군벌에 넘겨주기로 합의, 반파슈툰 세력도6일 즉각 휴전을 선언했지만 얼마간 진통이 예상된다.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반은 오마르 신병처리와 수백명의 아랍,파키스탄, 체첸,기타 외국인 처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지 않았으나 앞서 빈 라덴을 추종한 자원병에 대해선 명백한 범죄자로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언급,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역시 오마르의 '품위있는 삶'를 허용하는 어떤 협상도 거부하고 빈 라덴도국제테러전범으로 법정에 세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탈레반과 카르자이, 나키불라와의 칸다하르 통제권이양 협상에서 배제된 반파슈툰족 지도자인 굴 아가 전 칸다하르 주지사다. 그는 나키불라도 '탈레반과 같은 편"이기 때문에 그의 어떤 역할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무력으로칸다하르를 접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일부 탈레반 잔당 또는 외국인 자원병의게릴라전 수행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탈레반은 합의에 따라 7일부터 나키불라에 무기를 이양하기로 해 일단휴전절차를 밟게 된다. ◇대테러전쟁의 전망과 과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칸다하르가 통제권 이양으로 함락, 대테러전쟁의 초점은 빈 라덴의 색출로 좁혀졌다"고 말했듯 빈라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에 대해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라마단이 끝나게 되는 다음 주말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종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빈 라덴의 동굴 저항도 오래 끌기는어려울 것"이라고 보고있다. 무자헤딘 저항당시와는 상황이 따른 데다 탈레반까지 두 손을 든 이상 저항다운저항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우즈베키스탄에 주둔중인 미 산악사단 정예요원까지 투입할 경우 전쟁종결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제시 헬름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공화) 등 미 정치인들은 미국 정부가 앞으로 아프간 국가재건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 지난 1989년 구소련 퇴각시 기회를 놓친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전후복구 논의가 활발히 전개될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프간문제는 `아프간인의 손으로' 해야 한다는 특유의 정서를 감안할 경우 `자주'와 '외세'를 둘러싼 내부마찰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유엔 국제평화유지군 배치와 관련, 아프간내 비무장화와 무장해제는 거의1세기동안 전쟁의 전통을 갖고 있는 독특한 역사와 북부동맹과 파슈툰 등 각 군벌의힘이 막강한 아프간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일 수 밖에 없는 것도 고민이다. 잇단 전쟁으로 이란과 파키스탄 등의 330만 아프간 난민귀환도 현안중 하나지만수도 카불을 포함한 아프간 주요 시설이 미국의떪步彭鳧막?더욱 황폐화, 난민유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투입된 전쟁비용의 처리도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 미국내 중립적인 민간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발표에 따르면 10월7일 개전이후 한달간 약 10억달러의 전쟁비용이 투입, 연말까지최소한 20억-30억달러이상의 막대한 군비지출이 있을 추산, 우방들의 분담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미국은 1991년 걸프전당시에는 전쟁비용이 610억달러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70억달러는 우방들에 떠넘겼으며 미국은 이번에도 우방들에 '고통분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