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중동평화과정 재개를 강력히 촉구해오던 유럽이 미국에 의해 허를 찔렸다고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피가로는 6일 "유럽이 이성에 대한 호소를 계속하는 한 중동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다"며 "유럽은 대 이스라엘 테러 비난과 팔레스타인 인정 사이에서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가로의 이같은 논평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테러전 선언에 전적으로 동조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에게 신속한 테러차단 조치를 요구한 뒤에 나온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과정이 붕괴하고 유혈충돌이 시작된 이후 유럽은 양측의 대화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반면 결정적인 중재자인 미국은 조지 W. 부시 정권 출범을 계기로 중동사태에 방관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유럽은 중동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희망해왔으나 이번에 미국이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테러전을 지지함으로써 유럽의 중동 정책이 설 곳을 잃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유럽은 최근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 테러가 잇따르자 이스라엘에 자위권을 인정하면서도 보복 자제와 정치적 해결 모색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스라엘에 "적절하고 자제력 있는 대응"을 주문하는 한편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화상대인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 아라파트 수반을 약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이 고의로 아라파트 수반의 권위를 손상시키고 그의 제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이탈리아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쟁에 해당하는 이같은 태도는 참으로 우려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테러전쟁 선언과 공습에 대해 자위권에 해당한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