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는 '평준화'에 주력하는 우리 학교 교육의 성과와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읽기와 수학, 과학 성취도를 평가한 결과 우리 고교생 전체의 성취도는 OECD 회원국중 거의 최상위권이지만, 최상위 5%의 성취도는 읽기의 경우 최하위이고 수학, 과학은 6위와 5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학생의 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은 곧바로 고급 인력의 경쟁력 약화와도 연결돼 국가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번 읽기 성취도 평가는 단순히 글을 읽을 줄 아는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학교 안팎에서 접하는 다양한 유형의 자료를 읽고 의미를 구성하고 비평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우리 최상위권의 순위가 최하위라는 점은 걱정스럽다. 우리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에 대한 흥미도가 최하위 수준이며, 흥미도에 따른 점수 격차가 큰 것 또한 장기적인 성취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PISA의 특징 = 학교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장차 사회에 나가서 생산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점검하기 위한 국제비교연구이다. 학교 교육과정에 근거한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력을 점검하는 평가로OECD 회원국가에서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인 만 15세 학생들이 평가대상이 됐다. 98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단위로 세 차례의 정기적인 평가를 하며 그 1차연도 평가결과가 이번에 공개됐다. 1차연도 평가는 읽기 중심으로 수학, 과학은 부수적인 평가영역이었고, 2004년발표될 2차연도는 수학 중심, 2007년 발표될 3차연도는 과학 중심이다. ◇우리학생들 전반적 성취도 높다 = 국내 학생 전체의 학업성취도는 읽기 6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3과목 모두 OECD 국가 평균을 훨씬 웃돌았으며, 6위인 읽기도순위는 6위지만 3∼5위 국가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 국내 학생 중 기초적인 읽기 소양 수준을 갖춘 학생 비율이 99%로 OECD 국가 중가장 높았고, 국내 학생중 최하위 5%의 점수는 다른 OECD 국가 최하위 5% 학생의 점수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읽기에서 국내 학생 중 OECD에서 설정한 보통소양수준 (3∼5수준)을 갖춘 학생비율도 75.6% 로 핀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아 우리 학생들의 전반적 성취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우리 학생들은 읽기는 OECD 국가 중 성취도 격차가 가장 작고, 수학은 네번째, 과학은 두번째로 적어서 `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상위 성취도는 우려 = OECD에서 설정한 읽기의 5가지 수준 중 최상위에 속하는 5수준에 도달한 국내 학생 비율은 5.7%로 뉴질랜드(19%), 핀란드와 호주(18%), 영국(16%) 등과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국제 순위에서 우리나라보다 뒤지는 미국, 아일랜드,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등도 5수준에 해당하는 학생의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OECD 국가별로 최상위 5% 학생의 점수를 비교한 결과 읽기는 20위로 떨어졌고 수학은 6위, 과학은 5위였다. 특히 읽기의 경우 국내 상위 5% 학생의 점수는 뉴질랜드 상위 5% 학생에 비해 64점이나 낮았다. 학생 전체 학업성취도가 읽기 6위, 수학 1위, 과학 2위로 우리와 비슷했던 일본은 최상위 5% 학생의 성취도는 읽기 13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싫은 공부 억지로 한다 =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당 과목 흥미도와 자아개념,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물은 설문조사에는 20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 학생들의 순위가 최하위권이었다. '읽기(수학)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흥미도 조사에서 국내 학생은 설문에 응한 20개국 중 읽기와 수학 각각 19위에 그쳤고, '나는 읽기(수학)를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자아개념도 20개국 중 최하위였다. 수학의 경우 흥미도에 따른 점수차가 매우 커 흥미도가 가장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점수차가 20개국 중 가장 컸다. 협동적 학습에 대한 선호도도 20개국 중 최하위, 경쟁적 학습 전략에 대한 선호도도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여학생 성취도 낮다 = 여학생은 읽기에서, 남학생은 수학과 과학에서 앞섰다. 그러나 읽기 점수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의 점수차는 OECD 국가중에서 가장 적은 반면, 수학과 과학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점수차는 OECD 국가중 가장 컸다. OECD 국가 중 읽기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국가에서 여학생이 우위를 보였지만 수학은 절반정도에서만, 과학은 6개 국가에서만 남학생이 조금 앞섰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남녀간 차이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특징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