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본선조추첨에서 F조 4개 팀이 결정됐을때 축구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의 뇌리속에는 공통된 단어가 떠올랐다. "죽음의 조". 이조에 속한 팀들은 서로 우승후보들을 조별리그부터 상대해야 한다. 외신들이 F조에 대한 전력평가에서 "16강 진출 가능성"이 아닌 "생존 가능성"이란 표현을 썼을 정도다. 어느나라가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을 정도로 팀들간 전력차이는 미세하다. 죽음의 조에서도 생존이 가장 유력한 팀을 꼽자면 아르헨티나다. 1위로 가뿐하게 예선을 통과한 아르헨티나는 두말할 필요없는 이번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다. 특히 이번 멤버는 마라도나가 버티던 지난 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 당시의 전력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선에서도 압도적인 승점차로 줄곧 1위를 내달리는 위용을 과시했다. 프란츠 베켄바워는 프랑스의 결승상대로 이팀을 전망했으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도박사들로부터 피파(FIFA)랭킹 1위인 프랑스보다 우승확률이 높다고 점쳐졌다. 아르헨티나의 공격핵은 "득점기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축구스타들의 전장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10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세계최고의 골잡이다. 이 외에 아리엘 오르테가와 후안 베론,에르난 크레스포 등 세계 정상급의 공격수들이 즐비하게 버티고 있고 올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득점왕 하비에르 사비올라까지 가세했다. 고질적인 약점이던 골문도 호베르토 보나노와 헤르난 브르고스가 훌륭하게 메꿔주고 있다.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16강 진출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팀. 예선전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난파위기에 몰렸다가 스웨덴 출신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예선전의 라이벌 독일을 5대1로 대파했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대결은 이번 조별리그 최대의 빅매치로 벌써부터 세계축구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지난 대회 신세대 스타에서 잉글랜드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우뚝 선 "골든보이" 마이클 오언과 위기때마다 한방을 꽂는 프리킥의 마술사 데이비드 베컴이 잉글랜드 전력의 핵이다. 수비에선 문지기 데이비드 시먼과 수비수 리오 페르디난도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스웨덴 또한 무시못할 팀이다. 차범근 감독은 "오히려 잉글랜드,포르투갈보다 더 전력이 낫다"고 평가했다. 월드컵 본선진출이 10회째인 북유럽의 강호. 이번 유럽예선 4조에서 토미 소데르베리 감독의 지휘아래 팀을 재정비,8승2무의 호성적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축구의 강점은 유럽예선 9경기에서 3골만 내준 철옹성같은 수비력과 슈테판 슈바르츠가 지휘하는 허리에서의 강력한 압박에 있다.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셀틱에서 활약중인 "득점기계" 헨릭 라르손과 인기스타 안드레아스 안데르손 등 장신들의 고공 플레이도 위력적이다. 라르손은 A매치에 65회 출전해 팀내 최다인 22골을 넣었다. 이밖에 프레드리크 융베리,마르쿠스 알바크,안데르스 스벤손등이 공격을 측면 지원한다. 나이지리아도 이들 세팀에 16강을 선선히 내줄 팀이 아니다. 카메룬과 함께 "검은대륙"의 열풍을 이끌고 있는 아프리카 축구의 양대 산맥으로 94년 미국 월드컵과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잇따라 16강에 올랐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들을 거머쥐는 등 국제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5위와 70위를 오르내리던 FIFA랭킹은 현재 40위. 하지만 아프리카의 다른 강호들과 마찬가지로 주전 대부분이 유럽리그에서 활동하는 탓에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공격의 핵은 아스날에서 활동중인 은완커 카누이며 수비는 인터밀란의 트리보 웨스트가 지휘한다. 유럽파인 티자니 바방기다,카리베 오지그웨,조세프 요보 등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