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유지를 위한 다국적 평화유지군 배치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미군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탈레반 통치에서 해방된 지역에 수천명의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지금 당장 배치될 경우 미군의 작전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은 군사작전을 한창 진행하는 도중에 평화유지군 지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규정했다고 군 간부들이 전했다. 미군측의 반대는 당초 평화유지군 파견에 반대해온 북부동맹이 과도정부 수립과 관련된 총체적 합의하에 수용의사를 밝히고 반대입장을 철회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독일 본에서 과도정부 구성논의를 하고 있는 아프간 4개 정파는 다국적군 파견과 자히르 샤 전 국왕의 역할 등에 대해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한 상태다. 그러나 미군은 완강한 입장이다. 크레이그 퀴글리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의 초점은 평화유지가 아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우선 평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해 미군 작전에 대한 비중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들의 파병 움직임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를 제안하든 현재 시점은 적합치 않다"며 "또한 그들의 제안은 `항구적 자유' 작전의 전체적 구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 때문에 최대 동맹국인 영국과 불협화음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은 바그람 공군기지에 100명의 특수부대 요원을 파견한데 이어 적어도6천명의 추가병력을 파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으나 미군 중부사령부의 반대로 발이 묶여 있다. 프랑스도 우즈베키스탄에 60명의 병력이 주둔해 있으나 마냥 기다리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평화유지를 위해서라면 서방 동맹국보다는 이슬람권 병사들로 구성된 평화유지군 편성을 바라는 눈치다. 또한 미군은 아프간에서 일단 군사적 목표를 완수하고 나면 평화유지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미군 간부는 "어떤 형태로 유엔 평화유지군이 구성되든 미군이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구호단체들은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빨리 파견되지 않는 바람에 인도적 구호노력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미국과 동맹국, 북부동맹 간에 다국적군 파견문제를 놓고 모두 이견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