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요즘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언론에서는 '아프간 전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아프간'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쟁은 미국 영토에서도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9·11 전쟁'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맞지 않다. 이 전쟁은 분명 9월11일 이전에 시작됐다. 아프리카의 미국 대사관이 폭발하고 정박중인 미군 함정에 폭탄이 날아오는등 '9·11'이전에도 전쟁은 진행중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 전쟁'은 어떨까. 역사상 사람이름을 딴 전쟁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맞지 않다. 이 전쟁은 빈 라덴이 일으킨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가 죽는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은 더욱 아니다. 이 전쟁의 정확한 이름은 '세계 제4차대전'이다. 2차대전 이후의 냉전시대가 바로 3차대전이었다. 지난 3차대전의 경우 수백만명의 군대가 참여하고 재래적인 전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쟁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갖추었다. 전세계적으로 폭력과 비폭력이 혼합되면서 기술 전문성 및 각종 자원이 동원됐다. 또 이데올로기적 뿌리를 가지고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이번 전쟁의 적은 '테러리즘'이 아니다. 이슬람권의 과격 군사행동파들이다. 누구나 웹사이트에서 한 시간만 서핑을 해도 이들이 충분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슬람 광신도들로 구성된 알 카에다와 그 조직들은 이데올로기의 뿌리를 갖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아프간전쟁은 4차대전의 첫 단계일 뿐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들은 큰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지적인 싸움일 뿐이다. 미국은 그곳에서 두가지 중요한 전투목적을 갖고 있다. 하나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분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조직을 보호해주는 정부는 고통이 따를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4차대전이 아프간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라면 미국은 그 다음 어떤 일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세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이슬람 세계내에 친서방적이고 종교색채가 덜한 자유롭고 온건한 세력이 힘을 얻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전쟁의 한 면이 이슬람 세계의 강온대결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종교적인 혁명세력에서 온건한 시민정권으로 이행하고 있는 이란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고 이란의 시민사회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둘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정권들에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 이라크는 분명한 대상 국가다. 알 카에다를 도울뿐 아니라 미국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던 이라크는 상당한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국가다. 셋째, 전쟁에 임하는 자세가 계속 진지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테러연합군이 탈레반정권을 붕괴시키고 알 카에다 조직을 일부 파괴하는등 불과 두달만에 아프간 지역의 힘의 균형을 바뀌놓은 것은 상당한 성과다. 이는 미국의 군사력과 정보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신호다. 미국은 이 전쟁이 비즈니스가 아닌 4차대전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실권이 없는 국가안보청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공중건강프로그램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서부터 서방국가들의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근본적인 연구등 국내외 기본 질서변화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정리=육동인 뉴욕 특파원 dongin@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의 엘리어트 A 코헨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