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현재 은행간 합병작업이진행중이라고 확인함에 따라 은행권에 국민.주택은행 통합 이후 또다시 통합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 위원장이 조만간 합병을 '발표'하는 은행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점은이미 합병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신호탄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어느 은행이 합병의 범주에 들어가 있을까. 이는 한창 인수전이 뜨거운 서울은행을 뺀 나머지 다른 중견 우량은행들간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통합 국민은행의 출범으로 기존 중견 은행들은 심각한 위협을 느껴왔으며서울은행을 둘러싸고 금융.산업자본의 인수전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은행들은 그동안 조용히 물밑접촉을 갖고 합병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당수 외국계 대주주들은 최근 증시가 급격히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주가상승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배후에서 합병을 적극 권유해온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뉴브리지 캐피탈이 대주주인 제일은행도 이같은 합종연횡에서 예외가 될 수는없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도 "국민은행의 출범과 함께 신한을 비롯 제일, 한미, 하나은행간에 얽히고 설킨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도 "지금까지 거론돼온 합병 대상의 범위에서도 이들 은행을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같은 언급을 토대로 한다면 우선 하나+한미간 조합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합병으로 점쳐지고 있다. 비록 연초 자산가치 평가에서 이견을 보여 합병이 결렬되긴했지만 오래전부터 꾸준히 합병설이 나온데다 시장에서 가장 근접한 조합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신한+제일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도 "신한은행이 최근에는 지주사 설립.운영에 따른 일정때문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신한을 중심으로 한 합병이 거론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권에서 국민은행(자산총액 181조원)과 우리금융(119조원)을 빼면 나머지는 한참 뒤쳐지는 30조∼50조원대의 중견 은행들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은행 대형화 움직임에서 뒤질 경우 영원히 `3류 은행'으로 전락할 것을우려한 경영진의 현실적인 판단이 이들 은행을 통합 태풍에 밀어넣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나(51조원)+한미(34조원), 신한(57조원)+제일(27조원)간의 조합이 성사될 경우 이들 은행은 각각 85조원, 84조원의 자산으로 양대 은행에 비견될 수 있는 규모를 보유하게 된다. 이와함께 합병과정에서 상이한 조직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한+하나+한미후발은행간의 합병도 바람직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142조원대로막강한 금융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여러 조합이 나올 수 있지만 우량은행간 합병이 최선이라는 것이 국민은행 통합 과정에서 밝혀진 이상 은행들의 자발적인 추가합병은 이 범주에서 크게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