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망명 생활중인 모하메드 자히르 샤아프가니스탄 전 국왕은 14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군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종으로 봉사하기 위해 곧 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서프 누리스타니 대변인은 이번 성명이 이슬람 성월 라마단 전날밤 아프간 국민들에게 보내는 국왕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탈리아로 일간 레푸블리카 지에 게재됐으며, 이날 저녁 CNN과 BBC, 미국의 소리, 아프간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영어와 파슈툰어로 전세계에 전파될 것이라고 대변인은 전했다. 샤 전 국왕은 "친애하는 아들들"로 시작되는 성명에서 아프간 국민들에게 서로단합하고 보복을 피할 것을 촉구했다. 또 아프간의 장래는 전통적인 종족 원로 대표자 회의인 `로야 지르가'를 통해 결정돼야 하며, 회의가 신속하게 소집되고 결정이 충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샤 전 국왕은 이어 투항한 전쟁포로들의 인권을 존중해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잔혹한 보복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리스타니 대변인은 샤 전 국왕이 언제 카불로 돌아올 것인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샤 전 국왕측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로마로 파견한 제임스 도빈 아프간 특사와 이날 회동을 가졌다. 샤 전 국왕은 이와 함께 북부동맹이 카불에 입성한 것은 지난달 자신과 약속했던 협약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샤 전 국왕은 1973년 쿠데타로 축출된 뒤 이탈리아에 기거해 왔으며, 아프간 전체인구의 40%를 차지하는 파슈툰족 출신이다. 한편 샤 전 국왕의 막내 아들인 미르와이스 자히르(44)는 "87세 고령인 부친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군사적 격변에 중압감을 받고 있다"며 "점령지역 주민들의 안전때문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마.파리 AFP.dpa=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