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엔이 탈레반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임시정부를 이끌 지도자로 모하메드 자히르 샤 전 국왕을 밀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프간 반군 북부동맹이 카불을 점령한 13일 샤 전 국왕이 망명해 있는 이탈리아 로마로 제임스 더빈스 특사를 보내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샤 전 국왕은 탈레반과 같은 파슈툰족으로 북부동맹을 구성하고 있는 타지크와 우즈벡족 등 여러 종족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유엔도 이날 샤 전 국왕이 임시정부격인 임시위원회 의장을 맡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부동맹을 이끌고 있는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대통령은 "샤 전 국왕의 귀국은 환영받을 일이나 보통시민으로서 귀국할 수 있다"며 그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북부동맹은 카불 탈환 직후 정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탈레반을 제외한 모든 정파들을 카불로 초청했다. 한편 북부동맹은 이날 동부의 핵심도시 잘랄라바드가 속해 있는 난가하르주 등 5개주를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탈레반은 아프간 주요거점 5개지역 가운데 남부 칸다하르를 제외한 4개 요충지를 잃게 됐다. 탈레반측은 남부 도시 칸다하르의 산악지대에서 강력한 게릴라전을 전개하기 위해 카불에서 전략적인 철수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부에 이어 남부지역에도 특수부대를 투입해 오사마 빈 라덴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