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은 13일 리비아 정보기관원들이 지난 86년 서베를린에서 발생한 디스코텍 폭탄테러를 저질렀다고 판결하고 4명의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페터 마르호프 판사는 리비아 외교관 1명, 팔레스타인인 2명, 팔레스타인인의 독일 출신 전부인 등 4명에게 살인 및 살인모의죄를 적용, 각각 12-1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마르호퍼 판사는 "당시 동베를린 주재 리비아 대사관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던 정보 기관원들이 테러를 모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리비아 정부가 이 사건에 최소한 공동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에서 독일 법원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이 사건에 직접 개입했는 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데틀레프 멜리스 검사는 리비아의 어느 수준의 권력이 개입했는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아주 높은 곳"에서 공격명령이 내려진 것이 분명하다고 밝혀 카다피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97년부터 5명의 용의자에 대한 수사를 벌여온 독일 검찰은 주범인 야세르흐라이디 등 4명에 대해서는 무기형을, 나머지 1명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구형했으며 법원은 이날 흐라이디에게 14년형, 나머지 3명에게는 12년형을 선고했다. 리비아와 미국간의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86년 당시 독일주둔 미군들이 이용하던 서베를린의 `라 벨레 디스코텍'에서 강력한 폭탄이 터져 미국인 2명을 포함, 3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국 정보기관은 이 사건에 리비아가 개입했다고 보고했으며 이에 따라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에 대한 보복공격을 지시, 트리폴리 등에 대한 공습이 단행된 바 있다. 그러나 서독 당국은 사건 발생 수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용의자조차 찾아내지 못하다가 통일 이후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문서를 통해 리비아 정보요원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건 발생 7년만인 93년 4월에 베를린 지방법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으나 증인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진술을 거부함에 따라 단지 3일간의 심리를 끝으로 재판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독일은 주범인 팔레스타인 출신의 흐라이디에 대한 장기간의 인도 교섭을 벌인 끝에 96년 5월 흐라이디의 신병을 확보했다. 독일측은 리비아에 대해 흐라이디 이외에 4명의 용의자에 대한 인도를 요구했으나 리비아는 이를 거부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