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의 매수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12일 거래소시장에서는 오전장 내내 매도우위를 보이다가 장 후반들어 매수우위로 돌아서는 등 주춤거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게다가 13일 뉴욕증시가 항공기 추락으로 급락세로 출발하는 등 외풍(外風)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 외국인 매매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외국인은 이번 항공기 추락이 테러에 의한 것인지를 따져보면서 극도의 눈치보기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매패턴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매매에 임하는 게 현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춤거리는 외국인=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1백13억원에 불과했다. 관망세가 역력했다. 특히 연일 순매수하며 지분율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내다팔았다. 대신 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주로 매기를 옮겼다. 삼성전자에 대해 장 초반부터 막판까지 일관되게 매도 우위를 보여 최근의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방증했다. 또 장 초반 매도 우위를 보였던 국민은행을 후반 들어 사들였지만 이것도 지속적인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은 국민은행 외에 LG전자 하나은행 포항제철 삼성화재 대구은행 한미은행 삼성증권 등 우량주들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주요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데다 지수가 단기에 급등,본격적인 매물대에 진입한 만큼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기 전에는 대규모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기 힘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매수 기조는 살아 있다=강도는 약해졌지만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도 위험회피 현상이 줄어들면서 채권보다 주식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일순간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차익실현도 때가 너무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테러 이후 저점 매수에 가담했던 일부 외국인이나 헤지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장기 투자자들의 올해 평균 매입단가가 20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간신히 20만원선에 턱걸이 한 현재 주가 수준에서 매물을 쏟아낼 이유가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그보다는 외국인도 국내 기관의 매수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매매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열쇠는 경제지표에 있다=미국 증시에서도 점차 '돈의 힘'만으로 주가를 밀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한 미국 증시가 강력한 저항선인 1백20일 이동평균선에 부딪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승 랠리에서 나스닥 지수는 1,900선,다우 지수가 9,800선을 뚫지 못하고 추세가 꺾이면 또다시 저점을 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미국 경제의 버블(거품)이 붕괴된 작년 3월부터 이 저항선을 한번도 넘지 못했다.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박재훈 차장은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매보다는 관망세를 취하면서 14일 발표될 미국 10월 소매매출 결과와 증시 반응 등을 지켜보고 난 뒤 투자전략을 가다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