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전시 담당자의 무책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얼마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자동차용품 전시회인 'AAPEX'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이 전시회는 자동차 부품·용품업체 사이에선 꽤 큰 행사다.
올해도 세계 각지에서 1천7백여개 업체들이 참여했다.
때마침 할로윈데이가 껴 있어 사탕을 나눠주거나 특이한 복장으로 눈길을 끄는 업체도 많았다.
전시장을 반쯤 돌았을 때 저 앞에 'KOREA'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KOTRA가 설치한 한국관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간 그곳에는 그러나 전혀 활기가 없었다.
통로 입구에 마련된 부스에 가서 이것저것 책자를 꺼내봤지만 직원들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몇명은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또 몇명은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이번에 참여한 한국 업체수는 얼마죠.테러 영향으로 지난해보다는 좀 줄었나요" 한국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관계자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직 부임한 지 한달이 안돼 잘 모르겠는데요" 적어도 한국 업체들의 전시를 주관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할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무책임했다.
'상담실적은 어느 정도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뚜렷한 실적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소극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기자가 KOTRA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이 전시회를 통해 한국업체들이 올린 상담실적은 7천8백만달러였고 현장에서 계약이 성사된 액수도 1백60만달러가 넘었다.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그 직원의 말이 맞다면 KOTRA의 홈페이지 내용은 사실과 다른 셈이된다.
그 관계자는 기자에게 한가지 약속을 했다.
전시회 마지막 날 상담실적이 나오는 대로 e메일로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명함이 떨어졌던 기자는 소속과 e메일주소를 직접 적어줬다.
그러나 전시회가 끝난 지 열흘 가량이 지나도록 그에게서 날아온 e메일은 단 한 통도 없다.
라스베이거스=김미리 벤처중기부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