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이 2백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될 '세계인의 축제'가 가시권으로 들어옴에 따라 정부와 관련 단체는 물론 개별 기업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공식후원에 나선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홍보대사를 임명하고 초대형 축구공 투어를 마련하는가 하면 자체 커뮤니티를 형성, 월드컵 캠페인을 전개할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월드컵을 환경캠페인의 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이미지 높이기 전략도 펴고 있다. 공식후원사 외에도 월드컵을 이용, 앰부시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후원사로서의 자격이 없기 때문에 공식로고나 월드컵 명칭은 사용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마케팅 전략을 이용하며 모처럼 찾아온 월드컵이란 호기를 수익이나 이미지 제고와 연결시키고 있다. 기업의 이같은 발빠른 움직임은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경기장 건설비 등 기초투자와 각종 소비지출로 인해 약 11조4천억원의 총생산유발효과(부가가치만으로는 5조3천억원)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람객 수를 40만명으로, 이에 따른 외화수입을 6억달러 이상으로 예측했다. 특히 월드컵은 올림픽과는 다르게 10개의 지방도시에서 분산 개최되기 때문에 이들 지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프랑스는 98년 프랑스월드컵 대회를 개최한 이후 주가지수가 2년만에 두배까지 상승한 바 있으며 낭트시를 비롯한 개최도시들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했다. 우리보다 20년 전에 월드컵을 개최한 스페인은 대회를 계기로 '태양의 나라'라는 관광대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특수가 기대된다. 통계에 잡힌 인구만 13억명에 달하는 중국의 축구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중국의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되던 지난 10월7일, 중국 전역에서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밤새 '차이나'를 연호했을 정도로 열기는 뜨겁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는 만약 중국팀의 경기가 한국에서 벌어질 경우 최소 6만명의 중국관람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여행업계는 10만명의 중국인들이 월드컵 기간중 방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예상인원의 25% 가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와관련, 중국의 스포츠 일간지 스포츠차이나는 '추미(축구광)들의 방문으로 한국은 21억위안(한화 약 3천4백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월드컵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월드컵조직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경기장은 총 10개중 이미 8개가 문을 열었고 나머지 두곳도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자원봉사자도 최종선발을 마치고 교육에 들어갔으며 훌리건과 테러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진행중이다. 참가팀들이 이용할 훈련캠프 역시 손님 맞을 채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울산은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 꼽히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제주 서귀포 역시 외국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은 청정도시, 첨단과학의 집약지, 친절한 미소가 있는 곳 등 지역특색을 내세우며 깨끗한 화장실 투어나 2천2m짜리 사인벨트 등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준비상황에 비해 입장권 예매실적 등 월드컵을 향한 국민들의 분위기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월드컵 입장권의 평균 판매율은 40%에 불과할 정도다. 이와관련, 조직위 관계자는 "한국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지 않았고 본선진출 32개국중 24개국만 결정된 상태라 아직 붐이 조성되지 못한 것 같다"며 "구체적 경기일정이 정해지는 오는 12월1일 조추첨 행사 이후에는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점쳤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