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라흐다르 브라히미 아프가니스탄 특사는 7일, 이탈리아에 망명 중인 모하마드 자헤르 샤(87) 전 아프간 국왕이 탈레반 이후의 아프간 정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히미 특사는 이날 로마 교외에 있는 자헤르 샤 전 국왕의 저택에서 약 1시간 동안에 걸쳐 전 국왕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전 국왕은 대단히 이타적인 입장에서 도움을 주고자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헤르 샤 전 국왕은 그동안, 자신은 왕위에 오르는 것을 구하지 않고, 깊이 갈라져 있는 국민을 하나로 단합하는 데 중립적인, '할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뜻을 표명해 왔다. 이와 관련, 브라히미 특사는 전 국왕이 탈레반 이후의 아프간 정부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나, 이후 정부의 정확한 형태는 "우리가 협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아프간인들과 논의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면서 "아프간사회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있다"는 말로 이후 정부 구성을 위한 합의 도출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아프간을 40년 동안 통치한 후 지난 1973년 궁정 쿠데타로 퇴위한 후 이탈리아로 망명한 전 국왕은 탈레반 이후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국가단합위원회 결성을 위해 반(反) 탈레반 세력인 북부동맹과 합작하고자 했으나 이 계획의 추진은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라히미 특사는 "전 국왕이 아프간을 분열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이루어질 필요한 어떤 형태의 타협에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아프간 전 국왕 외에 레나토 루지에로 이탈리아 외무장관과도 회담했다. 이탈리아는 새로운 정부의 구성을 위해 전통적인 아프간 대회의의 개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아프간 전 국왕의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아프간의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란, 파키스탄에 이어 이탈리아를 방문한 브라히미 특사는 유엔 안보리가 내주중 아프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마 AP=연합뉴스) d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