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쪽지로 불리는 인스턴트 메신저가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사이버 풍속도가 자리잡고 있다. 메신저를 활용한 왕따 스토킹 테러 등이 그것.일반 기업들의 사내 의사소통 수단으로 메신저가 전화를 빠르게 대체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병리현상 가운데 하나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근무하는 K부장은 직원들이 메신저를 이용해 자신을 왕따시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한동안 점심시간만 다가오면 주변 직원들이 소리없이 하나둘씩 사무실을 빠져나가 결국 혼자 식사해야 하는 일을 겪었던 것.직원들이 메신저로 K부장 몰래 점심약속을 잡고 왕따시킨 것이다. 인터넷 업체에 근무하는 K대리는 괜시리 밉상인 상사들을 왕따시키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고 말한다. 메신저를 이용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표적을 왕따시킬 수 있다고. 메신저 상에서 한사람을 왕따시키는 장난도 잦다. 수시로 메신저 아이디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예컨대 아이디를 xx바보1,xx바보2 등으로 바꿔 여럿이서 한사람을 집중적으로 놀려준다. 메신저에서는 상대가 누군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악의를 갖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장난도 도를 넘어서면 불쾌해지기 마련이다. 일명 메신저 테러도 유행하고 있다. MSN 메신저 등이 서비스하는 차단이용 알림 서비스를 활용한 장난이다. 차단과 차단해제를 수차례 반복하면 누구누구가 로그인했다고 알려주는 화면이 계속 떠올라 PC작업을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여럿이 공조해 한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차단과 차단해제를 반복하면 PC화면 전체가 로그인 메시지 화면으로 채워져버린다. 메신저 스토킹도 메신저 확산이 불러온 악용사례의 하나다. PC를 켜놓는 동안에는 메신저가 온라인 상태라는 점을 이용,사무실에 붙어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나 애인 사이에서 상대방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메신저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인터넷업체에 근무하는 P씨는 간혹 여자친구에게서 "너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뭐했어?"라고 추궁하는 메시지를 받는다. 메신저와 관련한 이런 행태들은 그러나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는 대개의 사이버 폭력과는 다르다. 상대에게 자신이 누군지 알려진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 메신저기 때문이다. NHN(옛 네이버컴)의 채선주 차장은 "메신저를 이용한 갖가지 장난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대개는 악의가 없고 재미삼아 상대를 골려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메신저가 가져온 사이버 풍속도는 이 뿐 아니다. 과외교습을 받는 데도 메신저가 활용될 정도로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고교 2년생인 김군은 저녁마다 인터넷에 접속한다. e메일이나 게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비슷한 시간대에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과외 선생님에게 그날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 위해서다. 메신저는 마치 칠판에 쓰면서 설명하는 듯한 효과를 갖기 때문에 전화로 물어보는 것보다 내용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김군의 말이다. 업계에서는 메신저가 전화나 일반 e메일 등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메신저를 축으로 사이버 세상이 또 한차례 변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