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등 금융주의 기세가 드높다. 실적호전에다 유동성장세의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5일에도 금융업종지수는 2.52% 상승,지난달 31일이후 4일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를 "미인없는 미인대회"라고 비유한다. 증시를 엿보는 시중자금은 풍부한 반면 이들을 끌어들일만한 주도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주의 분전은 미인대회의 "진짜 미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번주에는 금융주를 둘러싼 굵직한 사건이 많다. 오는 9일에는 합병 국민은행이 재상장된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파괴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하가 논의된다. 유동성 장세의 기대감이 무르익을 경우 금융주는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주에는 보험주,다음주에는 은행주가 증시를 주도한 뒤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의 가능성이 높아지면 증권주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주의 분전=은행 보험주를 앞세운 금융주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이날 금융업종지수는 230.24로 미국 테러 사태가 터진 지난 9월11일(213.66)에 비해 7.76% 올랐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3.89%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빼어나다. 특히 이 기간 보험주는 20.93% 올라 금융주를 선도했다. 은행주도 10.62%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보험업종지수(3,355.80)는 작년 2월16일(3,419.37) 이후 20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은행업종지수(137.96)도 지난 8월17일(139.02) 이후 2개월보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 대한재보험과 대구 부산 하나은행 신한지주회사는 이날도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요인은 역시 실적=보험주와 은행주가 상승곡선을 긋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빼어난 실적 때문이다. 한빛은행을 포함한 7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9월까지의 당기순이익이 3조1천6백8억원에 달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 1백21.6%나 증가했다. 보험주의 실적호전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을 앞두고 교통질서 단속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사고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덕분에 11개 손해보험사는 2001 사업연도 상반기(4∼9월) 중 자동차보험 영업부문에서 2백2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에 1천9백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투자이익도 상당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삼성화재와 대한재보험은 작년 동기의 2배 안팎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이런 점을 중시,최근 하나은행 삼성화재 등 실적개선이 뚜렷한 금융주로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번주에는 세계적인 금리 인하 바람이 다시 불 전망이다. 미국이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다시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가 내리면 은행예금이나 채권에 들어 있던 자금이 증시를 기웃거리게 마련이다. 최근 투신사 주식형 수익증권이 조금씩이나마 늘어 6조원에 육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아직은 기대감에 불과하다.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려면 증권주가 선두에 서야 한다. 그러나 증권주는 보험주와 은행주에 밀려 이들의 눈치를 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금융주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주는 보험주의 강세가 두드러지고,오는 9일 합병 국민은행의 재상장을 계기로 다음주에는 은행주의 상승이 눈에 띌 것으로 예상한다. 조병문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호전이 돋보이는 보험주의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정태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오는 9일 합병 국민은행이 재상장되면 은행주가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할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