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리모델링 시대] 기능도 가치도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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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리모델링 시대로 접어 들었다.
오래된 건물을 새로 지을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짧은 기간안에 새 건물처럼 바꿀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리모델링이 각광받고 있다.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면서 건설업체들도 잇따라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30대 대형 건설회사 가운데 리모델링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25개사다.
영업조직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형 건설회사들은 대부분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원사수는 1백5개로 지난해 5월 리모델링연구회 출범 당시의 50여개에 비해 1년 사이에 두배로 늘어났다.
수요자나 업체들이 리모델링에 신경을 쏟는 것은 '시대적 필연'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시발전단계에 비춰 볼때 우리나라도 리모델링 시대로 진입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도시가 더이상 개발할 땅이 없을 정도로 팽창하면 분당 일산같은 신도시가 조성된다.
신도시개발이 끝나면 도심재개발과 함께 리모델링 단계로 돌입하는게 일반적인 도시발전단계다.
도시화 역사가 깊은 국가일수록 리모델링이 활발한 이유를 이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선 1997년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상황이 리모델링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현금확보가 중요시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개발이 어려워져 기존 부동산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게 됐다.
그 방법이 리모델링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대거 진출한 외국계 부동산업체들도 리모델링 발전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외국계 업체들은 부동산을 사들이면 대개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건물가치를 높였고 그런 방법을 우리나라의 건물주들이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외국계 부동산업체들의 진출은 같은 지역에 인근한 건물이라도 건물상태,
임차인 구성에 따라 건물가치를 달리 매기는 부동산 평가방법을 한국시장에 뿌리내리게 했다.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기 위해선 건물상태를 좋게 하는 리모델링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시세차익 위주에서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단독주택도 식당으로 개조하는 등 리모델링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는 리모델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서울시도 재건축보다 가급적 리모델링에 나서도록 도시계획 정책방향을 새로 짜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지 및 부동산 시장여건에 비춰 볼 때 리모델링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부동산투자회사(리츠)제도 도입은 리모델링 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리츠가 상장되기 이전에는 개발사업이 불가능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임대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리츠회사들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시장이 더욱 커가기 위해서는 수요자들의 인식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요자들이 시세차익만을 기대한다면 리모델링에 나서기 어렵다.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하는 이유중 하나로 시세차익을 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재건축을 결정하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게 마련이지만 상승된 가격이 거품이란 사실을 체험한 수요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리모델링은 건물의 성능을 강화하고 단기적 차익보다 장기적인 수익상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부 재건축사업에서 발견되는 '머니게임'과는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리모델링은 환경을 보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시멘트 건물을 허물면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시 말해 건물을 덜 허물수록 환경을 보전하는 길이다.
또 건물을 허물다보면 그동안 잘 가꿔진 나무 풀 등의 조경도 망가지게 마련이다.
리모델링협회 홍성웅 회장이 "리모델링을 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수요자의 인식전환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