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발행 추진은 현재 벤처기업들이 당면한 자금난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중 하나라는 점에서 벤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요즘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 투자금 유치 실패 등에 따라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연말위기설'도 적잖이 나돌고 있다. 그나마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사업화가 지지부진한데다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돈줄에 목말라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업계에선 TBS가 성공적으로 발행될 경우 벤처자금 조달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TBS란 무엇인가 =기술 라이선싱으로 인한 로열티 수입, 기술 소유권 이전 이후 받는 할부금 등 기술자산을 담보로 발행된 ABS는 이제까지 없었다. 그러나 유사한 형태의 ABS는 제법 발견할 수 있다. 96년 폭스영화사는 영화라이선스 수입을 근거로, 97년 미국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미래 음반판매 수입을 담보로 각각 ABS를 발행했다. 이밖에 편의점 로열티(세븐일레븐), 향후 상표권(캘빈클라인), TV방영권(그랑프리 자동차경주) 등을 대상으로 한 ABS 발행도 있었다. 국내의 경우 LG텔레콤이 휴대폰 통화요금을 담보로, 현대상선은 포철 제품 운송료를 담보로 한 ABS를 각각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TBS 발행을 추진하는 기술거래소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대우증권 등은 기술 로열티 수입이나 기술 이전 할부금도 일반기업의 매출채권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ABS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 TBS 발행의 효과 =뭐니뭐니 해도 기업에 목돈을 안겨 준다는게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기술 라이선싱을 통해 향후 5년간 6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이 기업이 매년 1억2천만원씩 분할 지급받는다. 앞으로 받게 될 6억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그 금액이 5억원에 이른다면 TBS 발행을 통해 이를 일시에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벤처기업은 이 자금을 새로운 연구개발에 쓸 수도 있고,부채상환에 활용할 수도 있다. 회계적인 측면에선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계상되지 않는 기술자산을 유상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효과도 생긴다. 또 TBS 발행은 R&D(연구개발) 투자가 짧은 기간 안에 현금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때문에 R&D 및 벤처기업 투자가 촉진될 수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기술거래소 김광태 전문위원은 "기술은 그 자체로 무형이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를 측정할 수 없지만 이를 신용보강을 통해 원리금이 발생하는 채권으로 유형화하면 투자 리스크가 줄어든다"며 "이는 기술거래와 기술투자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걸림돌은 없나 =TBS 발행을 추진하는 당사자들은 1백억원 내지 2백억원 정도의 자산풀만 구성이 되면 TBS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약 50개 기업의 기술자산(로열티 수입, 기술 이전 할부금)을 끌어모아야 한다. 이들은 벤처기업, 대기업·공기업으로부터 분사한 기업, 기술자산을 보유한 연구소(한국과학기술연구원 포항공대) 등과 접촉하고 있다. 현재까지 10여개 기업의 자산이 모였다. 대우증권 방진석 팀장은 "자산을 찾고 있는데 규모가 크지 않고 자산이 정형화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기업중 일부는 합작 형태로 외국에 진출할 때 매출액의 몇%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기로 하고 기술을 수출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 기술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TBS 발행을 성공시키려는 당사자들의 의욕은 대단한 편이다. 기술신보 유태욱 팀장은 "규모가 작더라도 일단 TBS 발행의 선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기술거래소는 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었다. 관계자들은 "TBS의 성공 여부는 정책적인 관점에서도 중요하다"며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