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골프 뒷얘기] 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7> 거리욕심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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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80년대에 지인들과 뉴코리아CC에서 라운드를 즐겼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구자경 LG 명예회장,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고 조정구 삼부토건 명예회장 등이 잘 어울리는 기업인 동반자였다.
박 전 총재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한 라운드에 OB가 3∼4번씩 났다고 한다.
있는 힘을 다해 후려치는 스타일인지라 조금만 빗맞아도 코스밖으로 볼이 날아갔다.
정 명예회장은 그래도 전혀 괘념치 않았다.
거리 욕심도 대단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누가 자기보다 거리가 더 나면 몹시 신경을 썼다.
지난해 77타로 '에이지 슈팅'(본인의 나이 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까지 기록했을 정도로 골프실력이 뛰어난 박 전 총재가 자기보다 거리가 더 나면 "몸도 약해 보이는 사람이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나,일은 안하고 골프만 쳤나"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정 명예회장은 나보다 거리가 뒤지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OB나 토핑 등 미스샷을 연발했다"고 회상한다.
정 명예회장은 그러나 거리를 늘리기 위해 골프채나 볼을 자주 바꾸지는 않았다.
정 명예회장은 샷을 잘못치더라도 절대 '멀리건'(티샷이 잘못됐을 때 그것을 없던 일로 하고 다시 하나 치는 것)을 받은 적이 없었다.
스코어도 곧이곧대로 기입했다.
대충 타수를 줄여 적지는 않았다.
어쩌면 스코어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다고 하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러프에 가서도 볼을 밖으로 빼내 치지 않고 그대로 쳤다.
어지간한 룰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퍼팅시 'OK'도 퍼터 길이 이내로 들어와야만 줬다.
'OK'를 주는 것도 진행이 밀릴까봐 그랬을 정도로 엄격하게 골프를 즐겼다.
정 명예회장은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는 공을 여러번 쳤다고 한다.
드라이버든 우드든 아이언이든 세번 정도 친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을 골라쳤다.
그러나 한창 때는 그러지 않았다.
다만 디보트홀에 있는 볼은 옮겨놓고 쳤다.
디보트홀에 있는 볼을 치면 그 곳이 더 파여 좋지 않다며 디보트홀 속의 볼은 옮겨놓고 치자고 했다고 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도움말=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