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주거문화의 대명사이던 아파트가 신주거문화 혁명의 산실이 되고 있다.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톡톡 튀는 개성 발랄한 아파트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안방에서 쇼핑은 물론 원격진료 서비스를 받는 사이버 아파트, 1층과 옥상을 정원 등 각종 편익시설로 꾸민 개성강조형 아파트,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 공간을 녹지로 조성한 환경아파트 등이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아파트들이다. 이들 주택은 집을 단순한 주거공간에서 생활과 여가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처럼 주택의 개념이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달라졌기 때문.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좀 더 살기 좋은 집을 선택하는 추세다. 정부도 '정보통신인증제' '환경친화주택 인증제'를 도입해 주거문화의 선진화를 유도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판도가 이같이 달라지자 주택업체들은 환경과 인터넷을 테마로 한 새로운 주택을 개발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신주거문화의 선두주자는 사이버아파트다. 인터넷 확산과 함께 이뤄진 정보통신 혁명은 집안에서 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꿈의 아파트'를 탄생시켰다.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기능은 입주자들의 생활패턴을 바꿔 놓고 있다. 집안에서 쇼핑은 물론 각종 공연을 예약하고 원격교육.진료까지도 가능해졌다. 이 뿐만 아니다. 집밖에서 가전제품 전기 조명 등을 버튼 하나로 작동시킨다. 멀기만 하던 이웃들과 인터넷을 통해 자유로운 의견교환은 물론 화상회의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환경아파트의 확산도 새로운 추세다. 녹색바람이 불면서 아파트단지가 회색지대에서 자연 생태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온통 승용차로 뒤덮였을 아파트 단지 곳곳에 나무와 꽃이 심어지고 입주자들의 쉼터가 조성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중앙을 공원으로 꾸미는 것은 이제 필수적이다. 옥상에 정원이 들어서고 1층에는 가구별 전용정원을 갖춘 아파트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단지별 특성을 부각시키는 테마공원의 조성도 활발하다. 자기만의 색깔을 강조하는 테마공원은 계절 강조형, 전통추구형처럼 단지마다 통일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게 특징이다. 조망권의 부상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시야가 탁 트인 아파트가 인기를 끌자 주택업체들은 남향 위주로 아파트를 배치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과감한 설계 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용적률을 과감히 낮추고 강이나 산을 시원스레 내다볼수 있는 쪽으로 아파트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동서향이나 북향의 아파트가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네모 반듯한 모양에 가능한 한 높게만 지어 왔던 획일적인 아파트는 퇴조하고 환경친화적인 주택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같은 평형이라도 조망권을 갖추거나 녹지가 많은 아파트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는 아파트 내.외부마저 바꿔 놓고 있다. 20평형대의 경우 화장실 2개를 갖춘 아파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전체를 원룸으로 꾸민 곳도 선보이고 있다. 가족의 수가 변하는데 따라 방의 개수를 조정할 수 있는 가변형 벽체의 사용도 보편화됐다. 단순하던 아파트 모양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각형이나 원형으로 지어지는 주택이 나오고 1층에 필로티방식(기둥처리하고 놀이터나 주민공용공간으로 조성)을 도입한 아파트도 늘고 있다. 아파트 내부의 변신은 눈이 부실 정도다. 대표적인 곳이 주방이다. 가사노동에 시달리게 만들던 답답한 곳에서 오락 휴식기능을 갖춘 주거중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냉장고 음식물창고 등 웬만한 주방시설들은 빌트인이 가능토록 설계되고 홈바 손바닥정원 등 개성공간이 속속 나오는 추세다. 수납공간의 극대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면은 물론 후면 발코니에까지 별도의 수납공간이 설치되고 드레스룸을 갖춘 소형평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