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9일 대구에서 전당대회를 갖고 김종필(金鍾泌.JP) 총재체제를 4년만에 다시 출범시켰다. JP는 지난 95년 3월 당시 김영삼(金泳三.YS) 대통령과 결별한 후 자민련을 창당, 총재직을 맡았고, 이후 15대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50석을 당선시키면서 재기에 성공했었다. 하지만 4년만에 홀로서기에 나선 JP 주변의 정치환경은 혹독하기만 하다. 공조붕괴로 교섭단체마저 무너져 자금난에 처해있고 당총재였던 이한동(李漢東) 총리마저 출당조치됨에 따라 의석은 15석으로 줄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2야공조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이 총재가 교섭단체 구성에 비협조적 자세를 견지함에 따라 그마저 여의지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총재의 미지근한 태도에 분개한 JP는 결국 한때 결별했던 YS와 손을 잡으면서 '보수신당'을 꿈꾸는 새로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JP는 내년 봄께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누차 예고했다. 민주당의 경우 대권주자가 확정되는 과정에서 탈락한 주자들의 이탈이 예상되고 한나라당도 이회창 총재의 독주에 반발하는 비주류들의 반란이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JP가 YS의 협조를 얻어 보수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것도 이러한 정치권의 지형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JP는 먼저 무주공산에 가까운 TK(대구.경북) 지역 공략에 진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JP가 대구에서 총재에 복귀하며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의 지역향수를 앞세운 점이나 정호용(鄭鎬溶) 전국방장관 등 5.6공출신 TK인사 끌어안기에 나선 점은 이런 의도를 짐작케한다. TK공략에 어느정도 성과가 있을 경우 YS의 PK(부산.경남) 지역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보수대연합 신당을 기치로 차기대선 경선과정에서 탈락한 여야의 이탈세력을 모아 내년 양대선거에 임한다는 것이 JP 나름의 정국플랜일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3김(金)식 낡은 정치에 식상한 여론의 부담 등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JP.YS의 연대 움직임에 대한 여권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JP와 YS 두사람이 보수신당 결집에는 뜻을 같이했을 지라도 향후 대선후보를 누구로 내세우느냐에 의견이 다를 경우 두사람간 공조는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말뚝이 되겠다"며 옹골차게 홀로서기를 선언한 JP가 이런 갖가지 난관에 어떻게 대처하면서 재기를 모색할 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대구=연합뉴스) 이상인기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