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재정 위기는 이미 악성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금융권을 또 한번 옥죄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 저널(AWSJ)이 9일 보도했다. AWSJ는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하이닉스 반도체는 채권단의 채무상환 유예조치로 한숨을 돌렸지만 상황은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 주 부채 상환을 내년 초까지 연기해 주기로 결정한 바있다. 채권단의 이러한 결정은 향후에 반도체 가격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AWSJ는 그러나 지난 9월 발생한 미 동시 테러로 반도체 가격은 물론 세계 경제가 부진을 겪고 있어 이러한 믿음은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채권단은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하이닉스는 4개월동안 2차례에 걸쳐 수십억달러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은데도 불구하고 이자를 포함해 66억3천만달러에 달하는 채무로 자력으로 영업을 할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최근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하이닉스가 일정부분의 부채를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하이닉스의 부채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관계자들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는 하이닉스의 채권 은행들이 20-30%에 달하는 대손 충당금을 예치하고 있어 한국의 금융권이 자칫하면 하이닉스 문제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채권단 가운데 건전한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미 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 비율을 현재의 40%에서 연말까지 80%로 늘인다는 계획이며 국민은행과 제일은행도 대손충당금을 현재의 2배로 증가시킬 방침이다. 애널스트들은 여기에 지난달 대우자동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90%의 원금 손실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금융권이 하이닉스 문제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WSJ는 또한 한국 정부도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부실기업의 부도를 질질끌고 있어 한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덧붙였다. 골드만 삭스 홍콩지점의 한 애널리스트는 "취약한 경제하에서 발생한 부실대출은 한국경제와 금융권에 별로 달갑지 않은 전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