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부를 유린한 테러공격의 여파로 조지 W. 부시대통령의 외교 및 경제 정책기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고립주의와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사실상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개입주의 및 미군파견, 시장문제에 대한 정부 개입이라는 새로운 정책기조가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이다. 우선 지난해 대선 당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국가가 아니며 미국이 세계 각국의 모든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환상은 깨져야 한다"고 밝혔고 취임 이후에 고립주의 외교노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미 본토가 테러공격을 당한 이후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테러응징이라는 명분 속에 경찰국가 노릇을 자임하고 나섰으며 테러응징을 위한 각국의 협조, 심지어 스스로 `깡패'국가로 규정한 이란의 협조까지 요청한 상태다. 또 올해 들어 해외주둔 미국의 감축과 군사적 개입 자제를 강조해온 부시 대통령이 지금은 월남전 수준에 맞먹는 병력과 장비들을 해외에 주둔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정책 면에서도 정부지출 축소와 시장 불개입이라는 신자유주의 요소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미 400억달러의 긴급예산을 편성한데 이어 재정확대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천명했으며 테러로 피해를 본 금융기관, 항공사 등 민간기업에 정부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올해들어 미 경제가 급격한 침체국면으로 빠져든 상황에서도 감세정책 이외에 재정정책 등 인위적인 경기확장 정책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점을 고려할 때 급격한 변화라 볼 수 있다. 정책 분석가들은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정책기조 변화를 "취임 당시 스스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자임하던 부시가 지금은 오히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에 가깝게 변했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러나 상당수 분석가들은 "지금은 비상 상황으로 부시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평상시의 정책과 미 본토가 공격받은 지금의 정책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karl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