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의 책값 할인 파상공세에 따라 도서정가제가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으로 무너지면서 책값이 지속적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책값 인상에 대한 정확한 통계 수치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책값이 오르고 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재단법인 한국출판금고가 발행하는 「출판저널」은 최근호(20일자) 기획기사에서 "소설책은 7천원대에서 8천원대로 올라섰으며, 9천원대도 눈에 띈다. 시집 가격의 마지노선인 5천원도 붕괴될 조짐이다"고 보도했다. 출판저널은 이어 "책 값 상승은 인문교양서에서도 두드러진다"며 "특히 외국 번역물이 책값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책값이 지난해초 대비 20-25%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바로 온라인 서점들의 할인폭 만큼 책값이 인상됐다는 것으로 할인판매에 따른 독자들의 이익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백원근 선임연구원도 "책값이 현재 게릴라식으로 일부 분야내지는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상당히 빠른 시일내에 책값 인상이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조사 결과도 책값이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적 가격이 안정돼있는 소설의 경우, 지난해 9월 셋째주에 나온 신간 소설 8종의 평균가는 7천100원이었으나, 올 9월에는 8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책값이 오른 원인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전문가들은 정리하고 있다. 물가인상에 따른 원자재 인상, 전반적 판매량 감소로 인한 제작물량 감소, 도서정가제 와해를 초래한 인터넷 서점의 할인판매 지속, 소장파 전문 출판인들의 생산원가를 감안한 도서가 현실화가 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출판업계가 일종의 과당경쟁적 성격을 띠고 있어 책값을 올릴 경우 자칫 경쟁에서 도태될 수도 있어 쉽사리 책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도서가 인상이 상당히 억제돼 왔음이 사실이다. 실제로 도서가 인상률은 그동안 쌀값 등 기본 물가 상승폭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왔으며, 영화나 CD 등 다른 경쟁 문화상품들에 비교해서도 인상률이 낮았다. 현 상황은 책값 인상을 억제시켜주던 출판계 안팎의 각종 기제들이 대부분 부서져 나간 가운데, 조만간 대대적 책값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일종의 태풍전야같다는 게이들 전문가의 진단이다. 특히 일부 출판사들은 "컨텐츠 제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는 책값을 인상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조만간 책값 인상이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할인판매를 고려한 거품가 책정도 책값 인상에 한 몫을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백 연구원은 "일단 책값 인상이 대세로 굳어지면 뚝이 터진 것처럼 지속적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안에라도 대규모 책값 인상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지난해말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에 도서정가제 시행 강제를 위한 벌칙 조항을 삽입하려다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좌절한 이후, 최근 도서정가제 개념을 다시 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이번에는 벌칙 조항 설립추진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형근 기자 happy@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