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년의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미국 테러참사 이후 경기가 더 한층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든 탓이다. 통화당국이 돈을 뭉터기로 풀었는 데도 쓰겠다는 기업이 자취를 감췄을 정도다. 한국은행이 추석 자금성수기에 맞춰 특별 방출한 3조원이 절반도 소진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소식도 있기는 하다. 기업구조조정의 핵심 현안이었던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뉴스가 그것.그러나 현대투신 매각,하이닉스반도체 정상화 등 구조조정 난제들이 여전하다. 이번주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미-아프가니스탄 사태'의 전개 여부다. 미국 테러의 배후 용의자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 정부가 '불가(不可)'를 공개 천명,전쟁 돌입은 시간 문제가 됐다. 전쟁이 당장 이번주에 돌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지만,달러환율·금리·유가 등 국제 시장지표들이 어떤 커브를 그려나갈지 세계 경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정부가 경제장관간담회 등을 잇달아 열어 마련중인 비상경제대책이 어떻게 짜여질지가 관심사다. 30대 그룹들을 옥죄어온 출자총액한도를 순자산의 30% 이상으로 대폭 완화하고,초과분 해소 시한도 1년 이상 연장하는 등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는 방향으로 추가규제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주에는 또 나라 안팎에서 향후 경제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굵직한 거시경제지표들의 발표가 예고돼 있다. 24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서 8월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된다. 7월까지는 4개월 연속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를 보였으나 8월은 소폭 하락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7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3% 오른 109.9로 나타났었다. 8월 선행지수가 하락으로 반전한다면 9월 테러사태까지 겹쳐 경기회복 시기에 대한 비관론이 더한층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25일에는 미국 9월 소비자신뢰지수,2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8월 내구재주문과 신규주택 판매 현황이 발표된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이미 미시간지역 예비수치에서도 나타났듯이 테러사태로 하락세가 예상된다. 내구재 주문도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내에서는 27일 한국은행에서 8월중 국제수지동향 잠정치를 내놓는다. 지난 7월 5억1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8월에는 서비스수지 및 소득수지의 적자 확대로 이보다 적은 폭의 흑자 규모가 예상된다. 28일에는 재정경제부가 8월 산업활동동향과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다. 8월의 생산및 출하,가동률 등 실물경제지표는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소비자물가는 집값 상승속에서도 농수산물 가격 안정 및 지난해 9월의 높은 물가와 비교하면 연간으로는 안정된 수치를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은행의 물가억제선인 연간 4%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