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이 떨어지는 주가를 받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때마다 미국 정부가 쓰던 표현이 'PKO'였다. 유엔이 분쟁지역에 보내는 평화유지군(Peace Keepimg Operations)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PKO를 일본 재무성의 주가지지작전(Price Keeping Operations)에 빗대 사용하곤 했다. 수시로 시장에 개입하는 일본 정부를 겨냥해 비아냥조로 쓰이던 PKO가 이번 테러참사 이후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뉴욕증시 재개장식에서 주식매입을 권유했던 폴 오닐 재무장관을 PKO 사령관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닐 재무장관은 당시 "주가는 곧 올라갈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다"며 애국적인 주가 매입을 권유했다. 그는 개도국의 경제위기 때 IMF(국제통화기금)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 마저 반대할 정도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철저히 반대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그처럼 철저한 시장주의자가 경기침체 위기감이 높아지자 주가부양을 위한 PKO의 선봉장으로 돌변했다. 강한 달러정책을 옹호하던 그는 지난 7월 지나친 달러강세가 세계경제에 위협이 된다며 주변국들이 개입을 요청했을때도 "가격이 높고 낮은 것을 당신들이 어떻게 판단할수 있느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시장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환율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닐 장관은 그러나 테러 직후 일본 재무성이 지나친 달러하락(엔화강세)을 막기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시오카와 일본 재무상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치켜세웠다. 미국은 IMF와 IBRD(세계은행)자금을 동원해 파키스탄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정치 군사적 목적을 위해 IMF 자금을 사(私)금고 처럼 활용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이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리기 위해 비상조치를 강구할 때 마다 불공정한 정부지원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던 미국은 이제 무슨 말로 이들을 비난할지 지켜볼 일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deang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