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대참사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對) 테러 전쟁의 첫 포성이 과연 언제 울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주일 동안 특수부대 전투 준비 명령, 예비군 동원, 전시내각 구성,의회의 전쟁 관련 추경예산 통과 및 병력 동원 승인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등 전쟁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도 테러 주범으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미국 요구에 추방 결정 연기 등으로 시간을 끌며 결사항전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건국 이래 처음으로 본토를 공격당했다는 미국의 자존심 손상까지 고려하면 양측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가 문제이다. 이와 관련,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지도부가 테러 직후 분기탱천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섣부른 공격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우선 이번 전쟁을 '미국 대(對) 이슬람권' 구도가 아닌 '국제사회 대 테러리스트' 구도로 끌고가려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당장의 분노를 앞세워 전쟁에 나설 경우 초래될 이슬람권의 대반발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또다른 테러의 목표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일단 테러를 규탄하는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킨 뒤 다국적군을앞세워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테러참사로 인해전세계 40개국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자꾸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것이다. 또 군사 공격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목표물을 정확히 설정해야 하는데 미국은 아직 빈 라덴의 정확한 행방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중앙정보국(CIA) 직원들을 러시아에 대거 파견, 라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섣부른 공격을 우려하는 미국내 여론 ▲아프간 지형상 재래식 무기가통하기 어려운 점 ▲옛 소련의 침공 실패 경험 ▲보급 루트 확보의 어려움 등도 미국 공격을 늦추고 있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정상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경우 미국의 공격 시점은 다국적군 결성과 보급선 및 병력 배치가 완료되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축적된 이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의 88%가 테러 응징을 지지하고 있는 점에 비춰 미국이 먼저 특수부대나 미사일을 동원한 공격을 단행한 뒤 국제사회와 탈레반의 반응을 살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