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번에 또 테러리스트들이 고층빌딩을 노린다면, 비행기가 'NO'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하나의 가정이지만 컴퓨터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면 지난 11일의 끔찍한 비행기 납치 테러 사태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는 것. 17일 컴퓨터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행기가 고층 빌딩에 충돌하지 않도록 기내 컴퓨터에 '자동 조종'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미 새로 도입되는 미국의 새 항공기에 주요한 빌딩을 인지,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지형 경고시스템'을 탑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에 컴퓨터가 알아서 조종을 하는 기능을 연동하면 비행기가 빌딩을 들이 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형 경고 시스템을 생산하는 하니웰 인더스트리의 대변인인 론 크로티씨는 "자동 조종 시스템을 비행기에 장착하는 것은 대규모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조종사들로부터 조종권을 빼앗는 논란을 일으킬 것이지만 어쨌든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FAA는 비행기 납치를 막기 위해 이러한 방법으로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위험한 사람이나 폭발물을 비행기에 태우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FAA는 폭발물을 검색해내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3차원 스캐너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새로운 X-레이 시스템도 앞으로 1년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태러사태가 조그만 칼이나 박스 커터로도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여행객이 어떤 것을 지녔는지를 검색하기 보다는 사람 자체를 검색하는 시스템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카지노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유럽 공항 두 곳에서 설치돼 있는 얼굴 인식 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라토스피어 카지노에서 도박 상대자를 확인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덕 보스씨는 "우리는 의심이 가는 사람을 솎아내기 위해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컴퓨터가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면 테러리스트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첨단기술이 비행기 납치를 막아낼 수 있다고 해도 엄청난 비용이 문제이며 보안을 위해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만큼 여행객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