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국 항공기 테러 사건으로 전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1주일이 다 됐지만 미국인은 물론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붕괴 장면이 뇌리에 각인된 많은 세계인들이 마치 자신이 당한 일처럼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다. 최근 빌딩이 무너지는 꿈을 자주 꿔 잠을 설친다는 사람이 많다. 고층빌딩의 창가자리에 서 있으면 비행기 충돌 장면이 연상돼 오래 서 있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도 있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개념과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정신적 공황장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 또는 도피할때 나타나는 부적절한 급성 반응이 공황장애다. 실제적인 위험 대상이 없는데도 항상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되고 자제력을 잃는다. 재난을 당하면 일반적으로 직.간접 경험자의 75%는 주의와 관심영역이 좁아지고 두려움에 대한 생리반응을 보인다. 13%는 혼동 불안 동작불능 히스테리 등의 반응을 보인다. 사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마냥 울부짖는 모습은 바로 이에 해당한다. 나머지 12%는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한다. 공황장애로 인해 생기는 심한 증상을 공황발작(panic attack)이라고 하는데 숨을 너무 빨리 쉬거나 깊이 쉬는 과호흡 숨이 막힐 듯한 질식감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림 손발이 저리거나 무기력한 감각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밖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땀을 많이 흘리거나 입마름 구토 거북함 변비 통증 떨림 눈동자커짐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자율신경계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하고 전반적인 신진대사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이런 공황장애는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향이 크며 삶의 질과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내과적 질환으로 고착화되고 자살로 연결될 수도 있다. 여성들에게 2~3배 더 많이 발생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이번 테러사태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끔찍한 사건 뒤에 흔히 나타나는 PTSD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PTSD는 불안장애의 하나로 전쟁 테러 비행기사고 건물붕괴 산업재해 홍수 폭풍 지진 폭행 강간 등으로 인한 신체적인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이 질환에 걸리면 사고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반복적으로 회상하면서 고통스러워한다. 불안 불면 두통 우울증 적대감표출 악몽 일과성편집증(一過性偏執症) 무감동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심하면 환청이 들리며 약물 및 술에 의존하게 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PTSD는 적게는 경험자의 5%, 많게는 75%에서 나타난다. 보통 사고발생 일주일 후부터 증상이 눈에 띈다. 정신공황과 PTSD의 치료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피해자 스스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이 피해자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준 원흉을 회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다. PTSD는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의 반응 차이가 큰 것이 문제가 된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대화를 통해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공포감과 불안감을 하루빨리 떨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PTSD는 주위 사람이나 의사의 힘만으로는 치료하기는 힘들고 당사자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기억을 발산 또는 희석시킬 수 있는 인지행동요법과 정신상담이 필요하다. 불면이나 불안 등의 증상이 강한 경우는 약물요법도 병행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하지현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031)288-0220, 이민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 (02)920-5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