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지난해 말 사우디 아라비아출신 반미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작전실행을 놓고 내부논쟁을 거듭하다 이를 놓쳐 버렸다고 전임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이 13일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에 따르면 작년 10월께 정보기관에 의해 비밀 분류된 빈라덴의 소재 첩보가 클린턴 행정부에 제공됐으며, 군사작전을 감행할 지 여부를 놓고 백악관 내부에서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는데는 실패했다는 것. 당시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제공된 첩보는 `눈으로 확인할 만한' 수준이었으며,위성촬영과 목격자의 증언에 기초해 그의 요새가 어디 있는 지 가리킬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공격이 시작됐을 때 빈 라덴이 재빨리 은신할 가능성과 작전시의 손익계산 등을 감안해 최종 공격신호를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샌디 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0월을 포함해 모두10여차례의 기회가 있었고 소재를 시사하는 첩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그러나어떤 경우도 작전을 개시하기에 충분하다는 확신을 주진 못했다"고 말했다. 버거 전 보좌관은 국방부가 그 문제를 충분히 검토했으나 펜타곤으로부터 작전실행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후 10월 체포 기회는 대통령과 백악관 보좌진의 결정으로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 일부 관리들의 증언이다. 관리들은 클린턴 행정부 재임 말기였던 당시에는 아무도 빈 라덴 체포 첩보가공격을 감행할 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고 실토했다. 몇몇 의원들은 클린턴 행정부의 당시 대처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린 해치 상원의원은 "빈 라덴이 대량 테러 음모를 꾸미기 전에 우리가 그를잡아려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상기시켰어야 했다"고 열을 올렸다. 미국은 지난 98년 탄자니아 미 대사관 테러 이후 빈 라덴이 은신한 아프가니스탄에 70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작전을 감행했으나 신병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