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2일 오전 미국 테러사태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비상국무회의를 잇따라 소집, 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는 등 신속하고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김 대통령은 또 회의가 끝난뒤 곧바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만반의 대책을 수립해 놓고 있다며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충실해 줄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먼저 김 대통령은 담화에서 "우리는 지금 참으로 슬프고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의 주요기관이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당한, 놀라운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저는 한국 국민을 대표해 비극적인 참사로 엄청난 인적.물적.정신적 피해를 당한 미국 국민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위로전문을 보낸 사실을 상기시킨뒤 테러행위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이유가 무엇이든 대상이 무엇이든 테러는 인류가 손을 대서는 안되는 이 시대 최고의 죄악"이라면서 "저는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테러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미국이 당한 대참사에 대해 정부는 지금 신속하고도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놓고 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안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우리는 위기에 강한 민족이며 어려울 수록 하나가 돼 그 어려움을 이겨냈던 국민"이라면서 "국민 여러분이 생업에 충실하시는 일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데 훌륭한 협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낮으로 예정된 최고경영자 초청 오찬과 13일과 14일의 대전 및 충남도 업무보고 일정 등을 모두 취소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비상국무회의를 차례로 주재하고 테러의 국내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대책을 수립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내각이 힘을 모을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NSC는 ▲조속한 진상규명과 피해복구 희망 ▲테러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7가지 입장을 정리했다. 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각 부처별로 철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선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요인은 물론 한나라당과 자민련에도 이번 사태 관련 진전상황을 설명토록 외교부에 지시했다. 앞서 김 대통령은 테러참사 발생 30여분만인 11일 밤 10시40분께 NSC 상황실을 통해 1보를 보고받은 뒤 11시께 김하중(金夏中)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진전된 상황을 보고받았다. 김 대통령은 일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긴급 위로전문을 보내도록 지시한뒤 보고라인과 TV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체크했다. 김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진전되자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과 이근식(李根植) 행자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육.해.공군 등 전국과 경찰에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가도록 지시하고 12일 아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이상주(李相周) 비서실장 주재로 열리는 청와대 수석회의도 평상시 보다 1시간 이상 앞당겨 열리는 등 청와대는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