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에서 처음에는 연구결과를 너무 믿어주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지난 넉달 동안 추가자료를 무려 세 차례나 보냈거든요.그런데 전격적인 기자회견과 긴급발표를 통해 전세계 과학계에 공표하니 아직도 얼떨떨하네요" 사이언스지가 긴급소식지인 익스프레스를 발간할 정도로 세계 나노과학계를 뒤집어놓은 '지름 0.4나노미터 나노선'개발 주역은 포항공대 화학과 박사과정 2년차인 홍병희(30)씨다. 컴퓨터 화학을 전공한 홍씨는 실험도중 우연히 초미세 나노튜브를 발견해 주위를 더욱 놀라게 했다. "생체내 에너지 전달물질인 하이드로퀴논이라는 물질로 나노튜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합성을 시도했는데 여러 달 동안 결과를 얻지못했어요.그래서 핵폐기물의 일종인 황산세슘과 실험기구 세척제인 아세톤을 첨가해봤더니 나노튜브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홍씨와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튜브 분말에 질산은 용액을 떨어뜨려 빛을 쪼인 결과 지름 0.4나노미터의 초고집적 나노선 배열이 전자현미경을 통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포항공대생 중 보기 드문 운동권 출신이다. 학내 민주화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1991년 총학생회 홍보부장을 맡은 탓에 학부시절 학점도 썩 좋지 않았다. "군대에 다녀온 후 세상이 달라져 있었고 열정을 쏟을만한 일을 찾다 결국 연구에 몰두하게 됐습니다" 연구 때문에 퇴근이 늦어 아내와 말다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성과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덜 수 있어서 기쁘다"며 "1년쯤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