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들어 자사와 타사제품을 비교하는 광고가 허용되면서 최대 접전지로 예상됐던 가전업계가 뜻밖에 조용하다. 특히 영원한 맞수로 치열한 광고전을 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입을 맞춘 듯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비교광고 문제에 관해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낳고 있다. 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앞으로 `디지털 리더'로서의 제품 이미지 광고를 중점적으로 내보낼 계획으로 비교광고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제품의 성능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타사제품과 비교하는 광고는 내보낼 계획이 없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최고의 이미지를 구축한 입장에서 굳이 비교광고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현재로서는 아무런 계획도 잡고 있지 않다"고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시장점유율 수위를 다투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비교광고에 나서지않으려는데는 나름대로 업계의 공통된 이해가 달려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대기업의 광고팀 관계자는 "가전시장이 다소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시장여견이 좋지 못한 상태여서 양사로서는 일단 `파이'를 키우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광고시장의 특성상 일단 누가 선제공격을 하면 무한경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긴축경영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가전시장은 PDP TV와 DVD 플레이어 등 일부 첨단제품을제외하고는 시장이 성숙돼 있는 상태여서 비교광고가 별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PDP TV 등의 경우도 일단은 시장형성이 업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최근 양사가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으로 각자 강점이 있는 상대방 제품에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적과의 동침'에 들어간 것처럼 `제살깎기' 경쟁이 서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양사의 이같은 `밀월'은 곧 깨질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차츰 고조되고 있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미 제3위의 가전업체인 대우전자가 이르면 이달말 3~4개 제품을 중심으로 비교광고를 내보낼 계획이어서 이를 `도화선'으로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할것이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모두 내부적으로는 상대방이 먼저 선제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팩트 파인딩(자료수집)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마치 서로 총을 먼저 빼내기를 기다리는 미국 서부 총잡이의 심정이 아니겠느냐"고 비유했다. 만도공조 등 중견 가전업체들은 자칫 비교광고를 냈다가 삼성과 LG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몸을 잔뜩 사리고 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