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경기 둔화에 수급악화까지 겹치며 닷새째 하락, 한달 최저치로 회귀했다. 지난주 570대에서 540대로 급락한 상황에서 미국 주가 반등을 계기로 개인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매수 여력이 약화되며 하루종일 약세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주 미국 주가 반등이 크지 않았던 데다 국내 하이닉스 채권단 회의와 국회 추경예산안과 통일부장관 해임안을 둘러싼 정국 불안정까지 겹쳐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이나 국내 경기 모멘텀 부족한 상황에서 3/4분기 기업실적 예고시즌을 앞두고 있어 반등력을 찾아가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의 신뢰감을 돌려놓을 만한 재료가 크게 터져줄 것이라는 믿음은 취약하다. 이에 따라 낙폭 과대로 반등하더라도 반등력에 대한 신뢰감은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역사적 최저치인 500선이 붕괴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아직 많지 않다. 단기적으로 520∼540선에서 저점을 일단 확인한 뒤 중장기적으로 옆으로 기는 재미없는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 불안감 지속 =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는 지난 금요일 닷새만에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1,8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나흘째 급락한 것치고는 반등력은 1%도 안될 만큼 미약했다. 다우지수가 1만선이 붕괴를 회복하지 못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첨단기술 관련 경기모멘텀 부재 속에서 1,800선을 유지시켜 나갈 지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닛케이지수는 10,400선으로 밀리며 다시 17년 최저치를 기록했고, 홍콩 항셍지수 역시 11,000선이 깨지면 28개월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주가도 동반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경기회복이 난망한 상황에서 히다치 등 대표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고 홍콩 경제 역시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는 등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 양상이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지난 금요일 7월중 미국의 공장주문이 회복되고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가 다소 회복돼 이번주 화요일 발표될 8월 구매관리자협회지수(NAPM)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NAPM지수는 국내 수출 등 산업경기와 상관관계가 높아 수출 회복 사인의 신호탄으로 읽힐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6일 인텔의 실적 전망을 시작으로 3/4분기 기업실적 예고(Warning)가 줄을 이을 태세고, 8월 자동차 판매나 감원과 실업 등 경제지표가 결코 만만치 않아 향후 반등력을 확신하는 시각은 매우 엷다. ◆ 국내 경기 4/4분기 악화 전망 = 특히 국내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7월중 산업생산이 감소한 뒤 8월 수출이 다시 전년동월비 20% 가까이 급감하며 6개월 내내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수출과 설비투자 감소로 경기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소비 역시 둔화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4/4분기 체감경기는 다시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1,99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4/4분기 BSI는 86으로 급락했다. 2/4분기 중 연말 경기회복 가능성에 기대며 100으로 회복되고 3/4분기 99로 어느 정도 버텨줬던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4/4분기 경기 악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수출BSI는 3/4분기 103에서 4/4분기 93으로 줄고, 내수BSI는 97에서 87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대한상의는 4/4분기 전망 악화에 대해 "미국과 일본 등 교역상대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 생산, 설비투자 부문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고했다. 업종별로는 정유나 조선을 제외하고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전자와 반도체, 기계,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이 두루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상반기 최대 실적을 올린 자동차도 3/4분기를 고비로 둔화, 4/4분기에는 100 이하인 9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부문 역시 둔화되고 있다. 7월중 도소매판매는 자동차 판매와 도매 매출 둔화로 전년동월비 2.5% 증가, 지난 2월 1.6% 이래 가장 낮았다. 지난해 연간으로 9.8% 증가했고 2/4분기까지 5% 안팎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둔화세가 확연하다. 7월중 자동차 및 차량용 연료판매는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이미 감소세로 반전했다. 내구재가 휴대폰 단말기 판매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을 뿐 비내구재도 넉달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바 있다. ◆ 추경 편성 및 금리인하의 효과 = 국내 경제는 수출→설비투자 위주의 구조에서 경기사이클을 만들어 가는 전형으로 꼽힌다. 그러나 해외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민간 할 것 없이 두루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내수경기를 통해 경기를 하강폭을 줄이기 위한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의 신축적 공급 등 금융완화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7∼8월 연속 콜금리를 인하를 단행한 뒤 오는 6일 열릴 금통위에서 한차례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여야가 통일부 장관 해임처리와 연계돼 논란을 벌인 가운데서도 경기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 정부 원안대로 5조555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추경안은 지난해 지방교부세 및 교육교부금 정산 3조5,523억원, 지역건강보험지원 7,354억원, 의료보호 체불진료비 지원 4,500억원, 청소년 실업대책 400억원, 재해대책 예비비 2,778억원 등 모두 5조555억원으로 편성돼 있다. 그러나 이번 추경안은 재원의 한계에다 복지비와 지방과 재해대책비 등을 통해 건설 부문에 집중돼 있어 경기효과에 큰 기대감을 거는 시각은 많지 않다. 금리인하 역시 현재의 공급과잉을 축으로 하는 부문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서 경기진작 효과를 가져가기 힘들다. 최근 전철환 총재는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정책 모두 경기하강폭을 줄이기 위한 방어조치"라고 실토한 바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금리인하가 실물경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처럼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또다른 변수, 정국 불안정 = 경기 둔화에다 하이닉스, AIG 문제 등 구조조정 해법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야간 정치갈등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야당인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표대결 끝에 가결됨으로써 정국이 혼미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야간 정쟁과 대치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해임안 통과로 여여간 공조파기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가운데 국정감사 등 국정현안도 산적해 있어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같은 정국 불안정은 최근의 경제여건이 미국 등 세계 경제 악화에다 국내적으로 구조조정이 신뢰받지 못하고 하이닉스를 둘러싼 통상마찰까지 제기된 상황을 감안할 때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IMF 위기를 다시 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한 바 있고, 현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거쳐 재경부 장관을 역임한 강봉균 KDI원장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발언,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예사롭지 않음을 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 위기국면을 타개하는 데 정치적 리더쉽의 중요성을 강조한 국내외 여러 보고가 있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런 언급 속에는 현재의 정국 불안정이 혹여 국내 경제에 대한 대외신뢰도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어린 시선이 깔려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